야간 여상 교사에서 국립대 교수로…퇴직 앞두고 3권의 책 펴내 화제
42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내달 정년퇴임하는 임규홍(65)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퇴임에 맞춰 3권의 저서를 한꺼번에 펴내 화제다.
임 교수는 다수의 저서활동 외에도 지역사회에서 언론을 통해 올바른 한글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런 점은 그의 스승인 려증동 교수를 빼닮았다.
임 교수는 “선생께서는 우리말글 사랑이 남달랐으며 잘못된 역사용어와 가정언어를 바로잡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과과정과 내용을 실질적으로 만들어 가르쳤다”면서 “그런 은사의 큰뜻을 이어받고 가르쳐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부끄럽고 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재주도 공부도 한없이 부족한데 참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지만 그를 아는 주변의 평가는 정반대다. 후덕한 성품에 지금껏 70여 편의 논문을 펴냈고, 수십여 권에 달하는 저서를 출간할 정도로 뜨거운 학구열을 불태워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펴낸 3권의 책은 사실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준비해 오던 작업이다. 저서 중 △‘한국어 화용과 담화’는 지금까지 쓴 논문들을 정리해 묶은 것이다. 우리 입말의 짜임을 분석하고, 규칙을 찾아내며 말을 할 때 사용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의 구실을 밝힌 것이다. △한국어와 한글의 ‘소리 글꼴 뜻’은 언어가 자의적이라고 한 ‘소쉬르 이론’에 의문을 가지고 쓴 내용이다. 현상계에는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는 인과율과 불교 연기와 인연설을 바탕으로 모든 말은 나름의 까닭이 있어서 생겨났다는 생각을 책에 담았다. △‘속소리 단소리 군소리’는 그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삶의 이야기, 세상에 대한 쓴소리를 순전히 자신만의 생각으로 쓴 수필, 산문이다.
임 교수는 “떠나는 마당에 무엇을 남기는 것이 부질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책 공해에 하나 더 혹을 붙이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동안 공부한 걸 정리하고 싶었고 논문으로 다 내지 못한 생각들을 책으로 쓰고 싶었다”고 했다.
학교를 떠남에 앞서 제자들이 꿈을 가지고 끝임없이 도전하는 멋진 삶을 살기를 바라는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긴 시간을 같이 해준 동료 교수와 그를 아는 이들에게도 “지금까지 같이 해줘 고마운 마음 뿐이다. 늘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는 새해 인사를 남겼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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