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왜 살아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경일춘추]‘왜 살아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 경남일보
  • 승인 2022.01.0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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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경남도청 서부정책과 주무관)




인터넷 뉴스, 신문 기사뿐만 아니라 동영상 게시물이든 무엇이든 ‘제목’이 중요하다. 이것은 넘쳐나는 정보들의 틈바구니에서 ‘첫인상’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이유’ 같은, 언뜻 봐도 정답은 없을 것 같은 질문을 누군가 당돌하게 던졌다면, 그럼에도 하필 그것에 관심이 끌려 들여다보았다면, 우리는 새로울 것 없는 뻔한 내용에 실망하거나 기대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것이 책이라면 더 그런 느낌을 더 받는 것 같다.

‘지옥 같은 순간을 견디는 방법’ 이라는 글 제목의 책을 본적이 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싶으면서도 어떤 도움이 될 단서가 있을까 열었던 그 글은, 카드뉴스처럼 꾸며진 책 소개 글이었다. 제목이 왜 살아야 하는가였다. 책은 독일의 한 철학자가 인류 역대 사상가 10명의 철학을 소개 및 해설하는 구성이었다.

쇼펜 하우어의 “삶은 고통이다” 라는 말로 ‘세상이 고통으로 설계됐다’라고 설명하며, 모비딕의 저자 멜빌의 말을 인용해 ‘세상이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 대한 자기만의 진리를 찾으라고 하는 말은, 결국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뻔한 얘기처럼 보였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하는 심정으로 등 돌리고 돌아서려는 순간, 뭔가가 반짝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을 쓴 저자도, 그걸 소개하는 사람도, 결국 세상은 원래 고통스러우니 체념하고 푸념하라는 의도는 아닐 터였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게 있는 것의 소중함을, 그 가치를 발견하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원래 아무 것도 내 것이 아니었다면, 사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 중에는 당연한 것이 하나도 없다. 내게 가족이 있다면, 친구가 있다면, 곁에 사람이 있다면 그건 감사할 일이고 소중한 것이다. 혹은 내가 예상하거나 바랐던 것만큼 내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절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만큼 지내온 것은 내 능력만이 아니었구나 하며 감사하고, 내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과 나를 용납해 주었던 사람들을 기억할 일인 것이다.

새로이 맞이한 임인년 한 해도 어떤 이들에게는 희망과 기대가 가득하겠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그조차 돌아볼 겨를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에게 있는 것과 내 것을 견줘 보며 실망할 것이 아니라, 원래 내 것이 아닐 수도 있었던 것이 내게 있음을 감사할 수 있다면, 올 한 해에는 그 위에 더 새로운 감사거리를 채워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종원 경남도청 서부정책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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