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나눔이 있어 희망이 있다
[경일시론]나눔이 있어 희망이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1.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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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살기가 아무리 팍팍해도, 정치가 제 구실을 못해 세상이 어지러워도 우리네 서민들은 연말연시가 되면 홀린 듯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데 줄을 선다. 세밑에서 시작된 온정의 손길은 세모에도 계속돼 날마다 귀맛나는 소리, 가슴 울리는 감동으로 사랑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 마치 반드시 해야하는 일인양 매년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기부하는 사람, 그것이 일상화, 체적화 경지에 이르러 연초부터 계획을 세워 돈을 모아 연말이면 남몰래 성금을 내는 사람들로 추운 겨울이 훈훈해진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기부행위는 그야말로 감동이다. 폐지를 줍는 아줌마, 기초생활수급자, 식당아줌마들의 기부가 유난하다. 가진 것에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누기 위해 아끼고 모으는 자들이다.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머리를 자르는 사람, 안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몰래 야식을 전달하는 사람, 올해 100세 된 기초생활수급 할머니의 기부와 이를 이어받은 딸의 선행, 자신은 반지하에 살면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VIP로 모셔 무료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주인의 미담이 세모를 적신다. IMF때 거리로 쏟아져 나온 노숙자들을 보다 못해 무료급식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독거노인들을 위한 연탄배달과 반찬 나르기는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우리사회의 천사다. 측은지심과 인보정신은 우리민족의 혈관속에 도도히 흐르는 DNA인성인 듯 싶다. 감동이 있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다.

나눔은 동서를 막론하고 가진 자가 실천해야 할 덕목중 하나이다. 그래야 비로소 명문가라는 소리를 듣는다. 경주 최부자의 사례나 흉년이 들면 곡간을 열어 굶는 사람이 없도록 베푸는 양반들의 귀감이 그것이다.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돈, 권력, 명예를 가진 사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세금을 도둑질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기업가는 한낱 장사치에 불과하다. 돈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다. 누리는 만큼 베푸는 사람들로 세상은 따뜻해진다, 서민들의 기부와 선행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면 가진 자의 기부와 선행은 가난을 구제하는 실질적 힘이다. 세계적인 기업가들의 기부가 그것이다.

남몰래 베푸는 선행은 감동이다. 그 감동이 추위를 녹이고 희망의 끈을 다잡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유독 우리의 정치에는 감동이 없다. 마치 전부가 아니면 안되는 제로섬 게임 같다. 날마다 상대방의 약점을 캐고 침소봉대하기에 여념이 없다. 일상이 정쟁인데다 선거 때만 되면 흑색선전과 마타도어가 난무한다. 자신의 허물은 감춘 채 상대방의 약점만 교묘하게 파고드는 수법이 판을 친다. 그런 수법을 잘 활용하는 프로선거꾼이 활개를 친다. 밥그릇싸움이 일상사다. 사뭇 다른 세상의 사람인양 오불관언, 감언이설로 속이고 선거가 끝나면 돌변하는 모습은 서민들의 나눔과 온정과는 결이 다르다. 누가 더 결점이 많은가로 판가름 날 이번 대선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기는 커녕 암울한 미래를 보는 듯한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감동이 없다. 베품이 없다. 배려가 없다. 정치인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 위민과 경국지책을 기대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우리사회가 오늘날 선진사회로 도약한 것은 정치의 힘이 아니다. 그들은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늘 짐이 되어왔다. 무너져 내리는 실망감에도 다시 일어선 것은 서민들이고 국민이었다. 위대한 대한민국의 서민들은 힘들 때마다 서로를 격려하고 나누며 고통을 이겨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지금도 나눔의 손길은 줄을 잇고 있다. 동장군의 맹위가 무색하다. 추위도 녹여내는 묘약이다. 임인년도 그렇게 밝아왔다. 굶주리고 병마에 시들고 외로워 삶의 의욕을 상실한 사람은 지금도 많다. 힘들지만 이들에게 힘을 보탠다면 우리사회는 지금보다는 훨씬 밝아질 것이다. 희망을 나누자. 사랑의 온도를 높이자. 정치는 그들만의 싸움일 뿐이다.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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