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하동 갈사·대송산단 '화려한 백조'를 꿈꾼다
[현장칼럼]하동 갈사·대송산단 '화려한 백조'를 꿈꾼다
  • 문병기
  • 승인 2022.01.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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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새끼’란 동화가 있다. 덴마크 출신의 작가 안데르센이 1843년 쓴 작품이다. 무리와 다른 외모로 핍박 받고 무시당하지만, 결국 화려한 백조로 태어난다는 뻔한 줄거리이다. 숱한 세월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면 결국 장밋빛 미래가 따라온다는 지극히 당연한 교훈 때문일 것이다.

하동군에도 미운 오리새끼가 있다. 갈사만조선산업단지와 대송산업단지가 그것이다. 지리산 외엔 변변한 성장 동력이 없는 지역 특성상, 한 때는 하동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물 들일 획기적인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당하고 있다.

갈사만조선산업단지는 561만여㎡(170만평)에 사업비만 1조 6000억원이 투입될 대형 사업이었다. 2003년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하동지구로 지정 이후, 2008년 하동군과 하동지구개발사업단㈜이 사업시행자로 변경 지정된 뒤 2012년 본격 추진됐다. 이곳에는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조선소와 조선 기자재 납품단지가 들어설 계획이었다.

대송산업단지는 갈사만조선산업단지의 배후단지 목적으로 지난 2015년 사업에 착수 했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하동지구 내 137만㎡(41만평) 규모로 사업비는 2767억원이었다. 두 산단에 투입되는 사업비가 어림잡아 2조원에 육박했다. 2012년 하동군 예산이 4200여억원 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일이었고, 하동군의 지도를 바꿀 대형 사건이었다. 당연히 지역민들의 기대는 높아졌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어디 뜻대로만 되든가. 갈사만산업단지는 조선 산업 침체에다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2018년 파산선고를 받았고, 대송산단 역시 갈사 산단 여파로 직격탄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다.

하동군의 미래를 바꿔놓을 이 사업들은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차 희미해졌지만, 몰고 온 파장은 너무나 컸다. 하동군에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안겼고, 남겨진 깊은 상처는 아물지 않은 채, 아직도 아픈 흑역사로 기록돼 있다.

하동군은 최근 재추진 의지를 보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냥 포기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하동지구개발사업단을 대신할 새로운 사업시행자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을 2023년까지 연장했다. 갈사만조선삽언단지의 개발·실시계획의 사업기한도 올해 말까지로 대상 물건의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윤상기 군수는 투자 촉진 및 분양률 제고를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원을 약속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군은 올해를 ‘투자유치 총력 추진 원년의 해’로 정했다. 두 산단의 정상화는 결국 대규모 투자유치와 분양만이 유일한 대안임을 알기 때문이다. 현재 LNG 등 에너지사업과 외국인 전용 산업단지, 위그밸리 조성 등 다각적인 투자협의가 진행 중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던 그 길에 조금씩 서광이 비치기 시작하는 것은, 하동군의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노력 덕분이다. 하는 만큼 성공하고, 수고한 만큼 얻는 다는 말도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부족해도 노력한 만큼 얻게 되는 법칙을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지금은 미운 오리새끼지만, 화려한 백조로 재탄생할 날이 그리 멀진 않을 것이다.

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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