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앞둔 의령군 공무원의 마지막 편지 '감동'
퇴직 앞둔 의령군 공무원의 마지막 편지 '감동'
  • 박수상
  • 승인 2022.01.05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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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 김시범 국장, 군청 내부게시판에 작별 인사 남겨 눈길
4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퇴직을 앞둔 한 공무원이 동료 공직자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김시범 전 의령군 경제문화국장(사진·60)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정년퇴직에 따른 공로연구에 들어가 사실상 공직을 떠났다.

김 전 국장은 지난 30일 군청 공무원 내부게시판에 ‘공로연수에 들어가면서’라는 편지 글을 올렸다. 그는 40년 넘는 공직생활의 소회를 무려 50페이지 분량의 글과 수 십 여장의 옛 흑백 사진으로 구성해 남겼다.

편지에는 의령군의 과거 주요 역사적 고비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한 공무원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해 후배 공무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김 국장은 지난 1981년 무더웠던 여름날 대학 진학의 꿈을 뒤로 하고 호구지책으로 시작했던 공직이 평생직업이 됐다고 전했다.

80년대 주요 사무용품인 주판을 배우기 위해 상고 출신 방위병에게 주산을 배운 일, 사무실 등사기 롤러 잉크 정리와 숙직 시 연탄불 갈기의 막내 임무, 당직 순찰시계를 차고 다니며 두 시간 간격으로 마을을 순찰하던 일들을 자세히 전했다.

또 우천 시에 투명 유리병에 고인 빗물 눈금으로 강우량을 확인해 각 읍·면에 전통(傳通)으로 보고 하기, 봉급날 노란 월급봉투에 십원짜리 동전까지 넣은 7만원의 봉급을 점퍼 안주머니에 넣고 퇴근하는 기분 묘사 등 오래 전 ‘흑백사진’과 같은 지난 사건들을 재미있게 소개했다.

의령군 유곡면 출신인 김 국장은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도 함께 있었다.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든 1982년 4월, 일명 ‘우순경 사건’이라 불리는 궁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대통령까지 현장에 방문했고, 사고수습에 의령군 모든 공무원이 나설 정도로 그야말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 김 국장은 “80년대 궁류면에는 담배 농사를 많이 지었는데, 한동안 사고가 난 궁류면 운계, 평촌마을로 출장을 가면 논에서 울며 담뱃잎을 따고 있는 유족들이 많아 마음이 저렸다”고 당시의 씁쓸한 기억을 회상했다.

이밖에도 지난 40년 공직생활의 희로애락을 그려내며 의령군과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김 국장은 “나의 고향 의령과 나의 후배 공무원들은 저의 자랑이다. 나는 이제 마침표를 찍지만, 여러분들은 의령군을 더욱 새롭게 만드는 느낌표를 찍어달라”고 당부했다.

후배 공무원들은 댓글로 ‘한편의 인생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40년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님과 같이 걸었던 길도, 같이 걷지 않았던 길도 모두 추억이 되었습니다’, ‘따뜻한 봄날 농막에 앉아 막걸리 한잔하며 뵙고 싶습니다’ 등과 같은 훈훈한 반응으로 퇴직을 앞둔 한 선배 공무원을 배웅했다.

박수상기자

 
김시범 전 의령군 경제문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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