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코로나 시대의 점심
[천왕봉] 코로나 시대의 점심
  • 경남일보
  • 승인 2022.01.06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재모 (논설위원)
‘점심’은 중국 송나라 한세충의 아내 양홍옥 고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녀는 종종 만두를 빚어 군의 장수인 남편 휘하 병사들에게 나눠 먹였는데 턱없이 모자랄 때도 있었다. 하여 아주 적은 양만 나눠 주게 될 때 그녀는 “양에 차지 않겠으나 마음(心)에 점(點)이나 찍으시라”고 했단다. 낮에 먹는 식사, 점심의 어원설 몇 가지 중의 하나다.

▶점심은 정식(定食) 전에 빈속에 점을 찍듯 먹는 간식을 이르는 말로 본디 불교 쪽 용어라는 설도 있다(우리말 어원, 조항범). 유래가 송나라 명장의 아내 고사이건 불교 용어이건 옛날 점심은 흡족하게 배불리 먹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중화요리 딤섬도 점심의 한어 발음 ‘덴선’의 변음이거니와 식사 전에 조금 나오는 음식을 이른다.

▶요즘 직장인들이 점심 때문에 곤혹스러워 한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방역패스 시행이 낳은 문제로, 홀로 먹어야 하는 경우도 흔한 모양이다. 백신접종 유효기간이 지난 줄을 모르고 식당에 갔다가 방역패스 규정에 걸려 입장을 못하고 문전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낭패스런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행에서 떨어져 나오면 하릴없이 홀로 편도식(편의점 도시락 식사)으로 때워야 한단다. 아예 먹는 걸 포기하고 마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그야말로 마음의 점 찍기로 만족해야 할 판이다. 오늘날의 점심은 ‘마음의 점’이 아니라 어엿한 정식으로 자리잡았는데, 그걸 잃는 운 나쁜 일진이 흔하디 흔한 풍경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19는 이래저래 고통을 주는 일이 참 많다.
 
정재모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