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50] 오래된 꿈 (김상미 시인)
[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50] 오래된 꿈 (김상미 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22.01.0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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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창을 가진 남자와 사귀고 싶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끝없이 입 맞추며 질주하는

그 무한에 건배하며 나를 던지고 싶다

내가 사는 이 도시는 너무나 비좁고

숨이 막혀!

-김상미 시인의 ‘오래된 꿈’



정초에 코로나19, 3차 추가접종을 하고 난 후 꼬박 이틀을 놀았다. 요기 거리를 챙기는 시간 외에는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삼국지’를 20회차 정도 시청했다. 드라마 초반이어서인지 ‘관계’와 ‘사람됨’을 그리는 플롯이 돋보였다. 여포의 책사 진궁은 대장의 모자람을 겪으며 진정한 대인이 없음을 탄한다. 인과 의를 중시하는 유비를 다른 장군과 책사들은 가식적이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오해한다. 그 시대나 지금이나, ‘대의’(정의)를 위해 진심(충·내적 자기완성)을 행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어렵지만, 진실한 사람을 알아보는 일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느낀다.

‘오래된 꿈’을 읽으며 진궁이 떠올랐다. 진정한 대인을 만나지 못한 진궁이나, 시 속의 화자나, 또 많은 사람이 그렇다. 여자이든 남자이든, 연인이든, 정치적 인물이든 그 대상이 대인이라면 ‘그 무한에 건배하며 나를 던져’ 사랑을 맹세하거나, 충성을 맹세하겠노라고 한다. 나는 내 옆의 사람들에게 어떤 이일까, 문득 궁금해지는 것인데.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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