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대선 젠더이슈 부상
‘여가부 폐지’ 대선 젠더이슈 부상
  • 이홍구
  • 승인 2022.01.09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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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개편 입장서 선회 파격 승부수
민주 “선거전략 경계” 공식입장 자제
여가부 자체조사서 호감도 등 낙제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공개적으로 천명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놓고 대선판이 젠더이슈로 뜨거워지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발달장애인 특별전시회 관람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개편’에서 ‘폐지’로 입장을 바꾼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현재 입장은 여가부 폐지 방침이다. 그리고 더는 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도 “여성가족부 폐지가 맞다.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7일 저녁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딱 일곱 글자를 남겼다. 윤 후보의 파격 승부수에 이대남(20대 남성)들의 ‘남초’ 사이트에서는 폭발적인 호응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젠더 이슈를 다루는 방식이 ‘결국 남녀 갈라치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윤 후보를 패러디하는 방식으로 페이스북에 ‘성평등부(여성부) 강화’라고 쓰며 맞불을 놓았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9일 사실상 여가부 폐지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여가부는 일을 잘하고 많은 실적을 냈다”며 “출범된 지 20년이 조금 넘은 여가부가 호주제 폐지 등 양성평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정면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젠더 대립으로 비화할 수 있는 예민한 이슈를 잘못 건드렸다가 야당의 정략적 카드에 말려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느닷없이 일곱 글자만 올린 것은 선거전략의 일환”이라면서 “그런 것에 말려들면 안 된다”며 경계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 북에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발언과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페미니즘 성향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출연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후보가 복어요리에 도전 중인 듯 한데 무운을 빕니다”라고 썼다.

이 대표는 평소 젠더 이슈 관리의 위험성을 ‘복어 요리’에 비유해왔다. 이 후보는 이날 유튜브 ‘닷페이스’를 녹화했다가 일부 지지자들로부터 ‘출연을 철회하라’는 항의를 받고 해명하기도 했다. 20·30세대를 잡기 위한 정치권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여성가족부 존폐론이 젠더 이슈와 결합하여 대선판의 전선을 형성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여성가족부에 대한 국민 호감도와 정책에 대한 공감도는 전년보다 낮아지며 낙제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도 여성가족부 인식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여가부는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만 16∼5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11월 17∼22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여가부에 대한 호감도와 정책 공감도는 100점 만점에서 40점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호감도는 43.4점으로 전년(46.4점)보다 3점 하락했으며, 정책 공감도는 44.3점으로 전년(46.7점)보다 2.4점 낮아졌다. 응답자 성별로 볼 때 여가부의 인지도는 남성(64.8점)이 여성(59.1점)보다 높았다. 여가부에 대한 호감도는 여성(55.6점)이 남성(31.9점)을 웃돌지만 남여 모두 낙제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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