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교양인의 조건
[교단에서]교양인의 조건
  • 경남일보
  • 승인 2022.01.10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전일 한 지인들의 모임에서의 화제는 ‘인생무상’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는 말미에 전직 프로 씨름선수와 감독을 지낸 C씨의 ‘花開昨夜雨(화개작야우)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 어제 밤비에 피었던 꽃이 오늘 아침바람에 떨어지네’란 시구 인용으로 얘기가 마무리 되었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지만 예전의 엘리트 운동선수들은 수업을 거의 듣지 않아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아주 의외였다. 어떻게 이런 시구를 기억하느냐고 물으니 간혹 들어갔던 한문 시간의 선생님께서 시 한 두 구절은 외워 두어야한다고 해서 외운 것이 아직까지 기억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산층(교양인)의 조건으로 아파트 평수와 자동차 배기량, 그리고 연봉과 해외여행 횟수를 제시한다. 외국은 나라마다 차이가 조금 있지만 대체로 외국어 구사능력과 다루고 할 수 있는 악기와 운동 종목에 전문잡지 구독이 기본 조건이라 한다.

30여 년 전, 수능시험 이전의 학력고사 시절에도 인문과 자연계의 구분은 있었지만 인문계에서도 공통과학을, 자연계에서도 공통사회 과목을 시험쳤고, 국어시험에서 한문도 포함되었고 제2외국어는 필수 과목이었다. 그래서 계열을 달리했었어도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교양을 갖출 수는 있었다. 하지만 현행 대입에서 반영하는 대학이 거의 없는 제2외국어(한문) 과목의 홀대는 학문의 기초적 지식의 부실함에다 교양인의 자질도 흔들리게 되었다.

C씨가 언급한 송한필의 시가 ‘꽃피고 지는 자연의 현상’을 말했지만 거기에는 삶의 무상함이란 의미가 숨어있고, 겨울이 되거나 지조와 절개를 얘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구절이 ‘歲寒然後(세한연후) 知松栢之後凋(지송백지후조), 추운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이다. 이런 구절들을 구사하는 것이 자신의 현학을 뽐내려는 것이 아니라 교양인이 자신의 주장이나 정서를 압축되게 표현하는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고, 유창하지는 않지만 외국어로 외국인과 대화하는 모습, 멋진 교양인의 참 모습일 것이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