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본립도생(本立道生)
[경일칼럼]본립도생(本立道生)
  • 경남일보
  • 승인 2022.01.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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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지만 어떻게 맞이 했는지도 모르게 새해를 만났다. 코로나19는 우리를 무인도에 갇혀두고 사회를 단절시키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코로나 종식이 우리 곁에 올 것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늘어나는 확진만이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그러면 미래의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가끔은 생각하게 만든다. 코로나19는 언제쯤 종식될까? 코로나19 이후 어떤 새로운 변종이 출몰할까? 머리가 복잡하지만 그래도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해 소망을 그리게 된다. 특히 부모 세대들은 자신의 소망보다 자식에 대한 애틋한 소망을 더 그리게 된다. 자식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쏟아지는 신조어와 약어는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하지만 부모는 자식과의 원만한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흥미있게 본 여론조사가 있어 소개할까 한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센터가 17개국 선진국 성인 1만 9000명에게 ‘당신의 삶을 의미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압도적으로 1위에 오른 답변은 가족이었다. 17개국 가운데 14개국 국민이 첫 번째로 가족을 뽑았다. 가족을 1순위로 뽑지 않은 세 나라는 스페인, 대만, 한국이었다. 스페인은 건강, 대만은 사회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한국은? 물질적 행복(material well-being)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네덜란드, 벨기에, 일본처럼 물질적 행복을 가족 다음 2순위로 꼽은 나라는 꽤 있지만 1위에 올려놓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영국은 가족 다음으로 친구. 호주, 스웨덴, 프랑스, 싱가포르는 가족 다음으로 직업(일자리)을 꼽았다.

퓨리서치센터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문화권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이해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문화권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보여준 셈이다. 한국인은 물질적 행복 다음으로 건강과 가족을 2, 3위에 올렸다. 다른 나라에서 상위권에 오른 직업이나 친구, 취미는 한국인 목록에는 없었다. 한국인만큼 가족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국민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의외의 결과였다. 한국인들은 가족이나 친구같은 무형의 가치보다 집과 돈 부와 안정 같은 물질적 행복에서 삶의 가장 큰 의미를 찾는다는 소식은 어딘가 씁쓸하다.

우리나라의 올해의 대사(大事)는 뭐라해도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일 것이다. 유력 후보 빅 2는 국민지지 35%를 넘지 못하는 반면 비호감도는 60%를 상회하고 있다. 전과 4범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전과자는 이전에 죄를 범하여 그 죄에 근거하여 재판을 받고 확정된 형벌의 전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다. 그것도 4번이나 죄를 지었으니 언제 또 죄를 지을지 모르는 개연성은 항상 가지고 있다. 검찰 총장 출신 후보의 잦은 실언은 물가에 아이를 내 놓은것 같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실언)같이 불안 하다.

이럴 때는 대학 때 보았던 페터 한트케의 희곡 ‘관객 모독’이라는 연극을 떠올리게 한다. 정해진 스토리가 없고 관객을 모독한다. 관객은 욕설을 듣고 물벼락까지 맞는 희한한 연극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선은 마치 연극 관객 모독 같이 국민 모독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뽑고 싶은 후보가 없는 희한한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논어에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본이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 국민들은 기본이 잘 갖춰진 지도자를 원한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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