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아동·청소년을 노린 디지털 성범죄
[여성칼럼] 아동·청소년을 노린 디지털 성범죄
  • 경남일보
  • 승인 2022.01.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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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지난 2020년 체코에서는 ‘위왓치유’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개봉하였다. 이는 성인 배우가 12살 여자아이로 위장하여 디지털성범죄에 놓이는 상황을 기록한 영화다.

다큐멘터리에서 12살 여자아이로 분장한 세 배우는 아동 방 세트장을 만들고, 본인 계정을 만들어 등록한다. 순식간에 메시지가 날아오고 온라인 채팅이 시작된다. 10일간 세 여자아이에게 2458명이 접촉을 시도한다. 채팅에서 남성들은 12살 여자아이들에게 성기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고 포르노 링크를 보내며,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며 자위를 한다. 채팅 과정에서 가스라이팅, 그루밍, 온라인 성관계를 원한다. 아이들에게 나체사진을 요구하고 아이들의 나체사진을 손에 넣고 나면 나체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만난다. 이렇게 영화는 아동·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 충격적인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고 기록한다.

영화를 보며 ‘어떻게 아이들에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라고 경악하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이 일이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다. 이런 디지털 성범죄자는 따로 있을까? 누가 이런 짓을 할까? 다큐멘터리 영상에 등장한 9명의 범죄 혐의자에 대해 체코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 이들은 21세~62세, 전과자는 없었다. 여자아이에게 아동 포르노를 보낸 사람은 어린이 관련 직업을 가진 남자였다. 그의 범죄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일 뿐 아무것도 특별 할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위왓치유’는 체코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우리나라 법무부에서도 이 영화를 내부관람했다. 한 관계자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눈물을 보였다. 분노의 눈물이고 막막함의 눈물이었다.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한단 말인가’ 답이 보이지 않았다. 이 영화에 나오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은 아이들 혹은 상대를 성적 도구로 취급한다. 오로지 성적 대상일 뿐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현실을 보기 전에는 범죄의 책임을 아이들의 탓으로 돌렸다.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쉬운 방법! 못 하게 하고, 잘못이 생기면 ‘거 봐! 하지 말랬지?’ 하고 아이들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은 ‘하지 마라!’, ‘왜 했어?’, ‘왜 보냈어?’, ‘왜 만났어?’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책임은 아이들을 성적 도구로 취급한 어른에게 있다. 그리고 아이들을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한 대상으로 여긴 사람에게 있다. 원인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이 영화를 단체 관람하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아동·청소년을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내게 물었다. 아마도 내가 성폭력상담소 소장이기 때문일게다. 방법은 나에게 있지 않다.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에 있고 우리 아이들의 디지털 환경에 있다. 즉 디지털 내에서 원하지 않는 성적 언행을 발견 할 경우 신고를 생활화하여야 한다. ‘원래 그래, 원래 다수가 모인 데는 그래, 원래 저런 사람도 있어’라고 모른척 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선 안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장소만 다를 뿐 그 사회의 성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원래’라는 말로 잘못된 성문화를 그대로 가져간다면 우리 아이들을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지킬 수 없다.

디지털 내에서 동의 없는 성적 언행이 발견되었을 때 반드시 신고하는 문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으악 징그러워!’하며 어쩌지 못해 감수하다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즉시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정윤정(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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