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기억
[천왕봉]기억
  • 경남일보
  • 승인 2022.01.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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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
좀 창피한 일화다. ‘종편’ 출범 이전의 일이니 약 10년쯤 되었다. 미미한 시청률이지만, 출연시간 등 단순 비교로 ‘KBS 심야토론’보다 적어도 5배 넘는 출연료가 책정된 NA-TV(국회방송)의 시사프로에 정치평론가로 활동하였다. 요일을 달리하여 같은 프로에 1년 이상 출연한 인사가 있었다. 특집으로 일대일 맞장 토론도, 분장실서 사담을 나누기도,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지난 총선 낙천자 신세였을 때였다. 우연한 계기로 제3자가 전화를 바꿔주는 과정에서 그와 통화가 되었다. 인사를 나누고 지난 추억을 전하자, 그의 반응은 “기억 없고 모르겠다”였다. 그는 당시 정치거물, 유력후보를 엮는 ‘유튜브’를 제작하고 있었다. 지금 진영을 망라하고 유명세나 구독자수 등의 기준으로 한손의 손가락에 꼽히는 유튜버다.

▶사람의 기억능력은 보편적 기준 적용이 무망할 정도로 다양하며, 극히 차별적이다. 인지발달이론에서의 완전기억 또는 형상화 능력을 포함한 그 범주를 한정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다만, ‘상태의존기억’으로 불리는 일종의 기억 의지에 따라 척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른바 ‘선택적 기억’은 그런 연유로 생긴다. 사람은 불필요한, 불리한 기억을 회피하는 본능을 지닌다.

▶함께 해외에서의 공무수행으로 십여일, 30끼 정도를 같이 한 사람을 “기억에 없다”는 한 정치인의 술회가 있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의도적 ‘상태의존기억’ 회피 범주를 벗어난 까닭이다. 전화를 끊고, ‘몰인격’을 되내이며 저장된 그의 전화번호를 지웠다.
 
정승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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