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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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01.1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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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개천예술제 70년 기념 문학부 행사 에피소드(2)
개천예술제 문학부 행사는 타지에서 오는 심사위원들의 조력을 받아 성장 발전했다. 오늘은 행사의 그 멘토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서정주 시인은 1971년 개천예술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때 심사석에서는 예심을 본 사람들이 작품이 너무 좋아서 의심이 간다고 설왕설래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중학교 학생의 시가 지나치게 우수하다는 것이었다. 한 쪽에서는 배제하라고 하고, 한 쪽 켠에서는 그 진위를 알 수 없으니 일단 본선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듣고 있던 L선생은 그 지도한 학교 선생을 욕을 하며 질타하고 있었다. 물론 사실이 밝혀진 것이 아니었다. 본심에서 그 중학생 작품이 서정주 시인의 손에 들어갔다.

시는 짧았다. ‘비오는 날’이라는 제목이다. “비오는 날에/ 그리움이 우산처럼 펴진다// 바느질감처럼 누벼 박은 아, 그리운 편지”가 내용 전부이다. 서정주 시인은 아, 이런 탁월한 작품이 나오다니, 이런 작품은 개천예술제 중등부는 물론이거니와 일반부까지 통틀어 장원이야! 우수하군 우수하군! 하고는 “이 작품은 우리나라 시단 전체 1개월분 발표작 가운데서도 1등이야”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백일장 심사할 때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로 갑론을박하는 것은 옳지 못해요. 그리고 시 심사는 시 자체로 보는 태도가 소중해요. 심사는 작품을 고르는 데 더 신경을 쓰도록 하세요”하고 일침을 주었다. 그 뒤는 쓸데 없는 표절 논란도 없어졌다.

초기 모윤숙 우리나라 원로 시인이 비봉루 백일장 개회식에서 축사를 했다. “여러분, 개천예술제 참가만으로도 축복을 받을 만한 일입니다. 그리고 남의 작품을 옮겨 적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한 번 훔치기 시작하면 끝없는 훔치기에 들어갈 뿐입니다. 비록 못쓰는 시라도 지기가 지은 한 줄이 값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십시오.” 가르침이 엄정했다.

설창수 대회장은 “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조국의 하늘이 있습니다. 소중히 생각하세요. 내게는 조국의 하늘이 없었습니다. 활짝 가슴을 펴고 하늘에 거는 통화를 히십시오. 통이 큰 시의 노래를 부르세요”하고 기상을 강조했다.

다음은 조태일 시인이 개천예술제에 와서 하루 전날 밤 남강 물속으로 들어갔다. 논개가 지금도 외로이 싸우고 있을 것이라 걱정하여 들어간 것이다.

그런 뒤 진주예총에다 시를 썼다. 제목은 ‘논개양’이었다.

“논개양은 내 첫사랑/노개양을 만나러 뛰어들었다.

초가을 이른 새벽/촉석루 밑 모래밭에다/윗도리 아랫도리 내의 다 벗어던지고

내 첫사랑 논개양을 만나러/남강에 뛰어들었다

논개양은 열렬했다./내가 입맞춘 금가락지로 두 손을 엮어/왜장을 부둥켜 안은 채

싸움은 끝나지 않고 숨결도 가빴다/잘한다 잘한다 남강이 쪼개지도록 외치며

논개양의 혼 속을 헤엄쳐 다니는데/물고기란 놈이 내 발가벗은 몸을 사알짝 건드렸다

아마 그만 나가 달라는 논개양의 전갈인가부다/첫사랑 논개양을 그렇게 만나고 뛰어나왔다.

논개양을 간신히 만나고 뛰어나왔다”

조태일은 진주에 와서 세상 사람들에게 논개가 과거에 죽은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서 물속에서 일본 장수와 싸우고 있다 한 것이다. 일본과의 전쟁은 지속되고 있으니 모두 경계하고 대비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시인은 이렇게 역사의식이 강하다. 진주 사람들은 이런 경계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지 멘토가 되어 질문하고 있다.

멘토는 꼭 밖에서 온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패기의 시인 신찬식이 그다. 그의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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