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축방역관 인력난과 백범 김구의 말씀
[기고]가축방역관 인력난과 백범 김구의 말씀
  • 경남일보
  • 승인 2022.01.1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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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형 (경상남도 동물위생시험소 가축방역관)
구제역(FMD),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악성 가축질병 뿐만 아니라 소 결핵병과 같이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으로부터 축산농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축방역에 관한 사무를 수행토록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수의사 면허증을 가진 자를 ‘가축방역관’으로 임명한다.

필자는 21년째 수의사 면허증을 소지한 17년차 가축방역관으로 2008년도 양산 상북지역의 AI 발생 현장에 있었고, 직접피해액만 3조원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일으켰던 2011년 FMD 발생 당시는 경남도청에서 담당 주무관으로 방역업무를 수행했던 경험이 있다.

수 개월간 책상 옆의 접이식 침대와 함께 24시간 비상근무를 하며 가족 얼굴도 잊은 체 밤낮 없이 이어지는 각종 회의와 보고서 작성에 시달려 보기도, 찌는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일체형 방역복을 착용하며 축사에 쌓인 가축분뇨가 익숙해질 정도로 현장을 누비기도 했다.

이렇듯 육체적 정식적 감정적 노동이 이어지는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는 백범 김구의 말씀을 깊이 새기며 보람과 긍지를 찾아왔다.

하지만 반복되는 인력난에다 고강도 업무에 노출되는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처우를 이유로 많은 동료들이 이직과 사직을 했고 가축방역관이라는 소명을 다하지 못했다. 현재도 진행중인 상황이다.

최근 20년간 전세계적으로 1000억 달러 정도의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킨 에볼라, 웨스트나일열, 리프트밸리열과 같은 동물 유래 인수공통전염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2019년 경기 파주지역에서 처음 국내 발생된 이후 인천, 강원, 충북 지역까지 확산되어 경북 인접지역까지 남하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같은 신종 가축전염병의 위협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축질병의 파수꾼이자 인간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의 예방업무를 수행하는 가축방역관의 인력난이 계속된다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전염병의 위기 속에서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지 모른다.

전 국민이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발생으로 경험했듯 전염병이라는 존재의 파괴력은 대단하고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가축방역관의 고강도 노동환경과 낮은 처우를 조속히 개선하고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충분한 가축방역관을 확보하는 동시에 인력 규모에 걸맞는 방역 조직이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많은 가축방역관이 가축전염병으로부터 축산농가와 국민을 보호하라는 맡은 바 소명을 다하길 희망한다.
 
배재형 경상남도 동물위생시험소 가축방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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