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진주에서 일주일 살기’ 할 수 있을까
[경일포럼]‘진주에서 일주일 살기’ 할 수 있을까
  • 경남일보
  • 승인 2022.01.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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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지난해 연말에 지인의 소개로 전남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남파랑길 81코스에서 84코스를 걸을 겸해서 신청했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는 ‘푸소사업’이라고 하는데 문체부의 생활 관광 공모사업에 선정된 사업으로 국비와 군비의 지원을 받아 농박과 농촌체험을 결합한 여행 프로그램이다. 글쓴이가 일주일 동안 머문 곳은 강진군 성전면 월출산 자락 달빛한옥마을 안에 보금자리라는 이장집이었다. 이 마을은 귀농, 귀촌한 사람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아 전통 한옥을 지어 사는 마을이다. 30여 채로 집집마다 나름 색다르게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어 놓았다. 푸소사업은 지자체와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한 사업이기 때문에 여행객은 매우 싼값으로 먹고 자고 할 수 있었다. 민박 형태로 쾌적한 환경에서 잠을 잘 수 있었고 일주일 동안 매일 아침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모두 아다시피 강진에는 국립공원 월출산과 주위의 아름다운 바위산들이 많으며 그 산 아래에는 유명한 사찰들도 많다. 그리고 김영랑 생가와 다산초당이 있고 무엇보다 체험을 곁들인 청자박물관, 민화박물관 등이 눈길을 끌었다. 중요한 것은 강진군이 관광산업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관광문화재단과 더불어 관광자원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홍보하고, 지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글쓴이가 이렇게 강진에 대해 말하는 것이 결코 강진을 홍보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진주에서도 과연 ‘진주에서 일주일 살기’가 가능할까 하는 이 물음을 던져보기 위해서다.

수 년 전부터 전국 지자체에서는 쓰러져가는 자기 지역을 다시 살리기 위해 나름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자기 지역에서 활용할 만한 어떤 것이라도 문화와 관광자원으로 살려내려고 한다. 사람이 줄어드니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면 머잖아 군이나 면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작은 도시도 마찬가지다.

진주는 진양호와 남강 그리고 가까운 곳에 지리산과 남해가 있는 천혜의 자연 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임진왜란과 진주성, 남명, 형평, 검무, 탈춤, 진주와 고성의 공룡 발자국 등과 같은 많은 역사적 자산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또 기방문화와 근세 대중가요의 중심지가 진주이며 한국 최대의 실크산업 중심지가 진주다. 따라서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여 진주성, 진주박물관, 경상대박물관, 실크박물관(?) 투어를 체험과 함께하는 역사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진양호와 남강을 연계한 멋진 둘레길과 다양한 놀거리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사천과 산청을 묶어 산과 바다를 활용한 관광거리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든다면 강진의 푸소사업처럼 아름다운 진양호 호반마을 민박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진주에서도 남강변 둘레길을 개발하기도 하고 인문도시, 유네스코 창의도시,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진주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어떤 사업이든 지역민과 더불어 실제 삶에 파고드는 생활형 사업이라야 지속 가능하다. 진주는 산업도시가 아니어서 돈을 벌 데가 별로 없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 40%대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20%대에 이른다. 다행스럽게 혁신도시가 들어와서 세수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마냥 공공기관에 기대어서도 안 된다. 앞으로 진주로 통하는 남부내륙철도가 생기면 진주는 그야말로 사통팔달 남부지방의 교통 중심지가 된다. 그러한 장점을 최대한 잘 살린다면 스쳐가는 진주가 아니라 머무는 진주, 닫힌 진주가 아니라 열린 진주, 과거에 머무는 진주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진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를 하고 돌아오면서 ‘진주에서 일주일 살기’가 가능할까 생각해 보았다. ‘진주에서 일주일 살기’도 잘할 수 있다. 진주를 아끼는 한 사람으로 졸가리도 없이 그냥 거칠게 짧은 생각을 떠올려 본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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