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공직에 ‘우리 몫’ 너무 많다
[경일시론]공직에 ‘우리 몫’ 너무 많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1.1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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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사기업과 달리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350여 개에 이른다. 공기업, 시장형공기업, 준시장형공기업 등으로 분류되어 정부의 감독을 받는 기관들이다. 법률에 의해 지정된다.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로 정하는 바, 각 기관의 운영계획서와 예산 및 결산서를 포함한 경영고시를 의무화한다. 이 법률에 근거하여, 각각의 설립에 관한 특별법 내지는 개별 정관에 따라 사업을 시행한다. 정부 출자 혹은 출연이 대부분이다. 감독 부처의 승인없이는 대부분의 직무수행은 불가능하다. 명망가가 앉은 공공기관의 수장도 부처의 담당 과장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까닭이 그 때문이다.

이러한 공공기관의 장(長)과 감사, 이사 등 경영진의 대부분이 정권의 선거 등 보은적 행상(行賞)이거나, 감독기관인 정부의 퇴직 공무원으로 채워진다. 이들의 ‘특정 몫’이 엄존한다. 대통령선거에서의 일정한 기여는 국무위원 뿐아니라 공기관의 임원으로 갈 수 있는 첩경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선거에 사람이 몰리는 것이다. 기관장 임용은 대체로 공모를 통한 임원추천위원회 과정을 거쳐 대통령 혹은 중앙부처 장관이 선임한다. 임명된 이들 기관장이 상임이사 등 임원을 구성하는 인사시스템이다. ‘공공기관법률’에 조문에 따름이다. 하지만 말로만, 구두선(口頭禪)이다.

직위의 높낮이, 자리 위상에 따라 정권을 창출한 선거 기여도를 기준으로 자리가 나뉜다. 또 중앙정부 부처 공무원의 ‘말년보직’ 처럼 여겨져 차지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성과 무관한 ‘낙하산’ 관행도 그런 이유다. 당연히 낙하산 인사가 무조건 배척될 일은 아니다. 때로는 다선의 국회의원 출신 혹은 거물 정치인의 이런 자리 착석에 해당기관 노동조합 등의 반발이 있는 듯 읽혀지지만 그렇지 않은 실상도 많다. 겉 따로, 속 따로인 셈이다. 기관이 안고 있는 문제 혹은 숙원사업이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퇴직 또는 경질된 부처 장관이 감독대상 기관의 장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기관의 위기 해결, 혹은 위상 강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갖다 댄다. 차관을 포함한 고위공무원의 곧장 이동도 당연지사로 여겨진다. 특정 기관과 보직의 경우, 감독 부처가 정해 놓은 자리처럼 굳은 전례가 부지기수다. 심지어 같은 부처 내의 영역 다툼으로 치닫기도 한다. 마치 어떤 공사나 공단, 무슨 자리나 직책은 ‘우리의 누구 몫’으로 정해진 것처럼 기득(旣得)이 편재돼 있다. 공무원의 정해진 정년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셈이 된다.

대상을 확대하면 사태의 심각성은 더하다. 서울시를 포함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도 500여개에 다다른다. 서울시를 포함한 큰 광역단체의 산하기관은 50여개가 넘는다. 여기에 230여개 기초자치단체가 관장하는 각종 공공기관 및 단체를 합치면 1000개가 넘고, 수천 자리가 그런 실상에 있다. 지자체 이름에 ‘재단’ 혹은 ‘공사’가 붙은 기관이 모두 그 영역이다. 각각 기관의 장과 임원 선임은 정부 혹은 정권에 의한 인사 관행과 ‘도긴개긴’이다. 지자체장 당선에 기여한 사람의 전리품으로, 또는 퇴직을 앞둔 지방 고위공무원을 위해 자리가 정해진다는 말이다.

공공기관의 인적자원이 더 효율적으로 운용되도록, 그런 폐습이 지양되거나 폭을 줄여야 한다. 특히 대상자를 미리 정해 놓고 허울좋게 공모하는 방식이 그렇다. 공공기관 운영의 신선과 활력을 위해 명실상부한 개방형 공모나 내부인사 발탁 등으로 인재등용 시스템을 ‘확’ 비꿀 필요가 있다. 더 투명하고 다양화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구촌 무한경쟁 시대에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단초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새 정권부터 좀 달라지려나.

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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