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65]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65]
  • 경남일보
  • 승인 2022.01.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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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아랑곳한 이야기(1)
하루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간다 싶더니 벌써 해가 바뀐 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들온달자취(양력)로는 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었다고 하지만 토박이달자취(음력)로는 아직 해가 바뀌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다들 새해가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호랑이와 함께 새해 인사를 하는 분들을 많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달자취(음력)로 따지면 들봄때(입춘시)가 되어야 비로소 검은 호랑이해가 되는데 그때가 오는 들봄달 나흘 앞낮(2월 4일 오전) 5시 51분이라고 합니다.

어찌 되었건 새해가 호랑이의 해인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호랑이’와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호랑이’라는 말의 말밑(어원)과 우리가 어떤 말을 쓰며 사는 것이 좋을 것인지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호랑이’라는 말을 아주 어릴 때부터 듣고 써 왔기 때문에 눈과 귀에 아주 익은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호랑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말밑(어원)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호랑이’라는 말의 말밑 그러니까 ‘어원’을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틀림이 없이 맞다고 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자주 보는 말집(사전)인 ‘표준국어대사전’에 찾아보면 ‘범 호(虎)’, ‘이리 랑(狼)’에 이름씨를 만드는 뒷가지(명사화 접미사) ‘이’를 더한 ‘호랑(虎狼)+이’의 짜임으로 된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풀이가 더 있습니다.

고양잇과의 포유류. 몸의 길이는 2미터 정도이며, 등은 누런 갈색이고 검은 가로무늬가 있으며 배는 흰색이다. 꼬리는 길고 검은 줄무늬가 있다. 삼림이나 대숲에 혼자 또는 암수 한 쌍이 같이 사는데 시베리아 남부에서 인도, 자바 등지에 분포한다.

위의 풀이에 따르면 ‘호랑’은 ‘범’과 ‘이리’를 싸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 둘레에는 ‘호랑이’이라는 말이 토박이말인 줄 알고 있었다는 분도 계시던데 한자말과 토박이말이 섞인 말인 것이죠. 그리고 위의 풀이에 나오는 ‘고양잇과의 포유류로 몸의 길이가 2미터, 등이 누런 갈색이고 검은 가로무늬가 있으며 배는 흰색’이라는 풀이를 보면 우리가 흔히 ‘호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토박이말로 ‘범’을 가리키는 것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범’이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그러니 ‘범’을 아는 사람도 갈수록 적어진 것이죠. 지난해 ‘이날치’라는 노래패가 ‘범 내려온다’는 노래를 불러 알게 되신 분도 많으실 것이고 올림픽 때 일본 선수촌에 ‘범 내려온다’는 내림막을 걸어서 온 누리에 널리 알려지면서 ‘범’이라는 말이 많이 퍼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옛날에 한자를 가르치고 배울 때는 ‘범 호’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호랑이 호’라고 하는 데도 있기 때문에 더 그럴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아주 옛날부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범’이라는 말을 쓰며 사셨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옛이야기를 담은 책에도 한글을 가르치고 배울 때도 ‘범’이라는 토박이말보다 ‘호랑이’라는 말을 쓰다 보니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늘 천’, ‘땅 지’, ‘비 우’, ‘바람 풍’처럼 토박이말이 있는 것은 토박이말을 먼저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호랑이’라는 말을 당장 쓰지 못하게 한다든지 쓰지 말자가 아니라 ‘호랑이’라는 말이 이런 짜임의 말이고 토박이말로는 ‘범’이라고 했다는 것을 알게 한 다음 우리 모두가 어떤 말을 쓰는 것이 좋을지 함께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범’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앞으로 옛이야기 책에서 ‘호랑이와 곶감’이 아닌 ‘범과 곶감’이라고 할 것이고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도 ‘팥죽 할머니와 범’이라고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는 책에서도 ‘범’ 사진 아래 ‘호랑이’가 아닌 ‘범’이라는 말이 쓰일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말집(사전)에 ‘범’을 찾으면 ‘호랑이’와 같은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말을 더 즐겨 쓸 것인지는 우리가 쓰기에 달린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새해에 ‘범’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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