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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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01.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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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개천예술제 70년 기념 문학부 행사 에피소드(3)
지난 번에 문학부 외래 심사위원 중에서 멘토가 되는 일화를 소개하던 끝에 내부에서도 때로는 멘토가 나온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신찬식 시인이 있다고 말하고는 사례를 들지 않았다. 신찬식 시인은 비둘기부대 월남파병용사였고, 방송 스크립터, 초등학교 교사, 현대건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인도네시아 등 해외현장 근로자로 활동했다. 이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오, 모국어’로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는 현장감, 정의감이 끓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해는 백일장 심사위원으로 한국문인협회 본부에서 매년 중진급 시인 중에서 선별하여 내려보내던 시기였다.

그 멤버가 진주문협 기준으로 미달하는 시인이 내려오면 젊은 시인들이 인상을 쓰고 불만을 묵언중 표현하곤 했다. 신 시인은 특히 못마땅해 하는 입장이었는데 외래 심시위원 J씨가 말 끝에 “우리 문학도 정치를 이용하여 발전기금 수혜를 획기적으로…”라 말하는 중에 바로 얼굴을 마주 갖다대고 “당신이 문인인가, 문인이라면 어용이고 비문인이라면 문학을 떡치는 자로다! 한심하구나!”하고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이 때 필자는 현장에 있지 않았다. 신 시인은 문학의 순수성과 그것을 지키는 것이 문인의 도리라 하는 점에 유의하고 문학 절대주의자로서 젊은 혈기를 보여 준 것이었다. 이후 진주문인협회 회원들은 문학을 하는 사람은 적어도 뜻이 있고 기상을 지키는 것이 소중하다는 점에 동의하게 되었다.

문학부 행사에서 백일장에 대해서는 문인협회 회원들이 사전 총회를 하여 역할분담을 하고 또 모든 회원들이 소속될 수 있는 분과위원회를 구성한다. 어느 해였을까? S시인이 회장할 때인데 회장이 유고로 치르는 행사인데 사전회의에서 술상무위원회(가칭) 구성에 대해 논의했다. 해마다 백일장에는 불청객이 오기 마련이다. 저 마산이나 대구나 울산 등지에서 학생들을 인솔하여 온 지도교사가 문인이란 이름으로 심사석에 슬쩍 들어오는 경우를 막고 또 인근 인사 중에 점심에 합석하고는 심사석까지 따라와서 쓸데 없는 말을 하면서 심사를 방해하는 자들이 있어 이들을 격리 수용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이들을 심사석 밖에서 술집으로 인도하고 술을 심사 마칠 때까지 먹여서 아예 현장 접근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 술집 책임자를 건강하고 입심이 좋은 문협 회원 중에서 골라 임명하되 ‘술상무’라는 직책을 준다는 것이다.

초대 술상무로는 작가 P씨가 낙점이 되었다. 마침 백일장 날은 다가왔고 술상무 이하 위원들 5명은 각각 통음 능력을 인정받아 위원이 된 것이었다. 백일장 시간 2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이들은 심사하는 방 주변을 지키고 있다가 방해 용의자를 검색하는 체하더니 맥주 몇 박스를 시켜 호위소 안에다 넣었다. 전쟁에서 참전하는 병사가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무장하는 것처럼 어떤 위원은 노바킹을 마셨다. 체포조가 밖에 나가고 호위소 남은 자들은 병따개로 맥주병을 따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체포조도 임무를 포기하고 맥주에 접수당했다.

나이 든 회원이 걱정이 되어 술상무를 향해 “체포 대상은 다 놓치고 실무자들만 모여 잔치를 하고 있으니 주객이 전도입니다”하자 술상무는 이미 혼취의 고개를 넘어서고서 하는 말이 “아, 여보시오. 이 사람들이 더 소중한 사람들이오. 이 사람들을 경시하는 문협은 의미가 없습니다”하고 나름 평회원 홀대의 메시지 아닌 메시지를 표명하는 것이었다.

그 날 마신 맥주 상자가 50박스는 헤아릴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날린 술은 총 50만원 상당의 빚을 남겼고 그것을 갚는 데는 없는 재정에 3년이 걸렸다는 소문이었다. 이후 문협에서는 술상무 제도를 소리소문 없이 없애버렸다. 그러므로 다시는 술상무 사건은 생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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