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가꾸며 살아가기
[경일춘추]가꾸며 살아가기
  • 경남일보
  • 승인 2022.01.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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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경남도청 서부정책과 주무관)
 



예술의 ‘예(藝)’라는 한자를 뜯어보면, ‘초두머리’와 ‘심을 예’를 갖추고 있어 ‘심고 가꾸는’ 의미라고 한다. ‘예술인’의 상대 의미로 ‘생활인(生活人)’은 글자 그대로 그저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생활인’이 되지 말고 ‘예술인’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학 시절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예술인이 살아가며 겪는 어려움 중 한 가지 유형은 이런 것이다. “넌 왜 그렇게 민감하니? 왜 그렇게 유별나게 구니?” 그 말에 스스로가 정말 그리 유별난 것인가 자문하며, 자신의 민감함을 자책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자기와 같은 누군가의 흔적을 만났을 때, 뭔가 속은 느낌, 배신당한 느낌에 강타당한다. 딱히 누가 나에게 어떤 협잡을 부린 것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음에도. 그 어떤 누군가는 그 민감함을, 유별남을 버리지 않고 지킴으로 무엇인가 열매를 맺었더라는 것이다. 그것이 그 누군가는 ‘심고 가꾸었던’ 것, ‘예술’인 것이다.

주변 삶 속의 숱한 예비 예술인 또는 잠재적 예술인들은 그보다 더 ‘생활력 강한’ 생활인들에 치이고 눌리지만. 척박한 땅에 뿌려진 씨앗들 중에서도 어떤 것들은 유달리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싹을 틔우듯이, 키우고 가꾼 열매를 맺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건 우리 가까운 삶 가운데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렇게 척박한 ‘예술’의 토양 탓에, 일상의 나를 아는 누군가와의 개인적인 대화로는 도저히 내 존재를 납득시킬 수 없는 것들이. 그 어떤 누구라도 이 의미를 아는 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로 쥐어짠 진액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글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몇 년 전, ‘소소책방’이라는 곳에서 열린 박성진 시인의 시집 ‘숨’의 출간 기념회에 참석했다. 그날 받았던 인상은 아직도 생생하다. 한 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를 보라고 했다.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단지 친분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예술이 꽃피고 열매 맺은 자리를 축하하며 자신의 가슴 속에도 물 주고 햇볕을 쬐며 가꾸는 화분 하나씩 간직하고 있는 예술인들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누구나 가슴 속에 언젠가 물을 주리라 하면서 자꾸만 뒷전으로 밀리는 화분 하나쯤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생활에 휩쓸려 살아가다 보면 이따금씩 내 안의 화분에 물 주는 것을 잊곤 한다. 하지만 언젠가 나와 같은 이,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이의 흔적을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후회되지 않도록, 다시금 가꾸는 일도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종원 경남도청 서부정책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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