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의 건축사적 가치 훼손
[경일포럼]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의 건축사적 가치 훼손
  • 경남일보
  • 승인 2022.01.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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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대한민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두 거장의 작품이 진주에 있다. 한국 건축계의 신화로 추앙받는 김수근(1922~1988)과 사회 변화와 미래 전망을 현실 건축에 반영한 실천적 존재로 평가받는 김중업(1922~1986). 한국 모더니즘 건축을 이끈 1세대 쌍두마차인 김수근은 국립진주박물관, 김중업은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을 설계했다. 진주의 자랑이다.

국내 건축사에 큰 족적을 남긴 김중업은 1980년대 전국으로 확산된 지방 도시의 문화시설을 설계하면서 급변하는 도시 속의 이상적인 공동체 공간을 제시했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은 김중업의 모더니즘 건축 경향이 반영된 대표적인 작품이다.

한국 현대건축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로 평가받고 있음과 동시에 역사에 대한 관조와 깊이를 바탕으로 한 건축의 기능성과 낙천적인 낭만주의 경향이 표현된 김중업의 최전성기 작품이 바로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인 것이다.

따라서 김중업의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과 김수근의 국립진주박물관이 가지는 건축사적 가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정작 문제는 현대 건축 문화유산의 가치와 보존에 대한 인식과 각성이 없다는 점이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과 국립진주박물관의 오늘을 되돌아볼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이 가지는 건축사적 가치와 공간 미학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은 2009년에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당시 김중업 특유의 건축사적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는 논의와 반성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건축물의 훼손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리모델링은 향후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의 불행한 미래를 예측하기에 충분했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부지 내에 예술창작공간인 ‘아트스페이스 남강’이 들어섰다. 2020년 8월의 일이다. 경남도내 예술가들의 재정적 부담을 덜고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 제공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이 공간의 성공 여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이 가지는 건축사적 가치와 공간 미학을 철저하게 훼손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묵인해왔다는 사실이다.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김중업이 설계한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부지 내에 들어선 예술창작공간이 고작 공사장 컨테이너를 활용했다는 사실은 아예 비판할 가치 조차 없다. 심각한 부조화를 넘어서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이 가지는 건축사적 가치의 근본적 훼손임에 분명한데도, 그 사실조차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추진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이다.

최근에는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부지 내 주차장에 경남도립예술단 연습실 건축공사를 추진중이다. 공사개요를 보면 연면적 760㎡ 규모의 지상 2층으로 문화 및 집회시설, 중공연장이 건립된다.

이는 컨테이너 예술창작공간에 이은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에 대한 건축 테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주차장 부족 따위와 같은 시민들의 불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진주시민의 의견 따위도 묻지 않는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이 진주를 바라보는 명백한 태도이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주차장에 건립되는 경남도립예술단 연습실 건립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컨테이너 예술창작공간인 아트 스페이스 남강 역시 그 자리를 차지할 아무런 이유도, 의미도 없다. 이제 더 이상 진주가 자랑하는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의 건축사적 가치를 추락시키는 일들이 버젓이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속수무책으로 꽃 그림이 수놓아진 공사용 컨테이너와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에게 곁을 내어줄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한국 현대 건축의 대표작인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의 현주소이자, 암울한 미래이다. 김중업 건축가의 견해가 듣고 싶어진다.

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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