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못한 내일이 올까봐 쉬 잠 못드는 날들에 쌓인 것들에 대한 염려가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요즘이다. 금주 금연 등 나만의 각오로 한 해를 시작했던 과거와는 달리 올해는 세 해째 맞이하는 코로나19가 그쳤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은 필자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특히 정치가 더욱 그러하다. 승자독식의 권력구도가 모든 이슈를 3·9 대통령선거에 몰아넣고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위상과 함께 최근에는 한류로 문화적 위업을 쌓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다는 후보들의 자질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듯하다. 국태민안의 정견은 보이지 않고 허물 들추기와 감싸기로 점철되고 있는 난국이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킨다.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흐리다 했다. 큰 정치가 이러니 작은 정치도 따라간다. 선거는 국민 일꾼을 뽑는 행사다. 그런데 나서는 일꾼들이 일해야 한다는 본질을 벗어나서 자리만 생각하니 그다음은 불문가지, 풀리기 보다는 꼬이기 일쑤다.
지난해 연말 시작된 고성군의 사태도 이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성군수와 군의회의 정면대립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외형은 군수의 독선적 행정을 의회가 견제하는 형태지만 들여다보면 민주당 군수와 국민의힘 의원 간 힘겨루기 정쟁으로 비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고래도 아니고 새우도 아니지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군수와 의원 간 대립은 행정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 것이 고성유스호스텔 건립사업이다.
인구 5만, 도시 소멸을 걱정해야 할 형국의 고성군이 살림살이 좀 펴 보겠다면서 기획한 것이 전국규모 체육대회 유치다. 전국규모 체육대회는 비용보다 유치 효과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가 갈망한다. 사회·경제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고성군이 올해 100여개 대회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는 60여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군수 개인의 인맥이든 지역 인재를 활용했든 괄목할만한 성과임은 틀림이 없다. 이러한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조건으로 지역의 부족한 숙박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실제 고성군은 부족한 숙박시설과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다수의 대회 관계자들이 통영 등 인근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나온 것이 고성유스호스텔 건립이다. 대회 유치에 따른 성과를 온전히 다 차지하겠다는 욕심(?)이 담겨있다.
고성유스호스텔은 약 240억원 사업비로 고성읍 신월리 산10-9번지 외 5필지 8747㎡에 4개동 47실 234명 수용 규모로 건립된다. 다목적홀과 중·소회의실 등을 갖춰 공공기관과 기업의 세미나 등 MICE 산업을 키울 수도 있다. 고성그린파워가 설계·시공·준공 후 고성군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유스호스텔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시설이다. 고성군은 전국규모대회 참가 청소년들은 유스호스텔에 묶고, 관계자들이 지역숙박업소를 이용하면서 식당 등 각종 연관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참으로 축하해야 할 일이 행정절차에 발목 잡혔다. 어긋남이 있다면 고쳐 가면 될 일이다. 군과 의회는 행정절차를 두고 왈가왈부하기 보다는 지역경제의 몫을 키우는데 더 집중했으면 한다. 고유의 명절 설이 눈앞이다. 차례상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가라앉히기도 한다.
이웅재 남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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