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79)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79)
  • 경남일보
  • 승인 2022.01.27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29)산청 함양사건 유족회 송진현 작가의 작품들(1)
‘산청·함양·거창사건’은 올해로 71년째이다. 아직도 이 사건은 명예회복법 통과 이후 국회에 배보상법 발의를 해놓고 있으나 ‘제주4·3사건’이나 ‘여수순천사건’에도 밀리고 밀려 아직 법적 완결로 가기에는 힘이 많이 부쳐 보인다.

지난해 9월 3일 경상국립대 GNU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청·함양·거창사건’ 70주년 기념 제3회 학술대회 ‘여는 시’는 “우리나라 건국사에서/ 숱하게 많은 가시밭길 걸어나와, 의인이 되는 길 /죽음으로 통과해 간 사람들 많은데/ 이제 의인들이 나와 죽순처럼 솟아났으면 좋겠다”하고 국회에서도 그런 의인들이 나와 불쌍히 죽어간 6·25공간의 지리산 아래 민초들의 한을 풀어 주었으면 좋겠다 하고 절규했다.

이런 해원을 하지 못한 사건의 유족들 중에서도 답답하고 억울하여 가슴 치는 중에 소설가가 되고 시인이 되는 사람들 속속 나타나고 있다. 유족회 회장 정재원이 일찍이 자전소설 ‘남자의 길’을 썼고, 이어 오늘부터 소개하는 송진현 유족회 부회장은 소설, 시, 수필을 닥치는 대로 썼다.

송진현 작가는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인 금서면 화계리에서 1942년에 태어나 진주교육대힉교와 방송통신대학과 부산 경성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그간 작품집으로 소설 <돌개바람>, <암호>, <PAL 티켓>이 있고 시집에 <바다를 걸어가는 바위섬>, <이제는 마파람>, <가나다라마바사> 등이 있다. 송작가는 제2시집 <시인의 말>에서 일부 자전적 삶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를 먼저 소개해 볼까 한다.

“내가 태어난 뒤로 한 해 걸러 태어난 넷이나 되는 동생은 내가 철들기 전 유아기때부터 병마가 쓸어가버렸다. 밤새도록 숨을 할딱거리다 막내 동생이 새벽녘에 숨을 거두자 할머니가 아버지를 보고 ‘이년을 너덜겅에 갖다 팍 엎어버려라’고 피를 토하듯 내뱉던 말씀은 지금도 가슴 아리게 남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죽음의 서막에 불과하였다. 잇달아 할아버지 어머니를 저승사자가 데리고 가더니 기둥처럼 붙들고 있던 아버지마저 전쟁이 덮쳐가는 바람에 나는 이홉살에 가정이란 간판을 내리고 큰집에 얹혀 사는 불편을 겪게 되었다. 1951년 정월 초 이튿날 국군이 공비를 물리쳐 이제 좋은 세상 왔다고 연설을 한다던 군인들이 아버지를 비롯하여 700여명의 양민을 학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우는 믿지 못할 참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말하고 다시 송작가는 앞으로의 변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안타까운 세월을 원망하며 덧없는 세상을 파리처럼 빌다가 1993년 정월 초하룻날 아버지의 제사를 모시는 자리에서 지금까지는 나 자신을 위해 살았지만 앞으로는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씻어 드리는 일에 몸과 마음을 바치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래서 1400여명의 양민을 무참히 짓밟은 산청·함양·거창 사건과 6·25 공비토벌사와 한국전쟁 등의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이렇게 모은 자료를 토대로 1993년 청와대에 진정서를 내고 정부합동 민원실에 국민제안을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이제는 마파람’이라는 시집을 내어 다음과 같이 쓴다. “네 가슴/ 내 가슴에 맞구멍을 내려고/ 콩 볶듯이 뛰던 총탄 녹여/ 통일조국의 주춧돌 놓고 싶은/ 내 심장은 차가운 철탄 녹일/ 뜨거운 용광로다 내 손은/ 펄펄 끓는 철물 저을/ 단단한 봉이다/ 내 다리는 천근 고로 받칠/ 삼족오 솥발이다 남북통일 맞는/ 그날 백두산에 올라가 평화통일 / 축포를 쏘아 올릴/ 나도 폭발하면 경사 날 벌어질/ 한 발의 / 불꽃놀이 폭약이다”(시 ‘나는’ 전문)

송시인은 이 시에서 남북통일에의 지향으로 살아가는 시인으로서의 비전을 보여준다. 자기를 고아로 만들어준 특정 부대에 대한 증오와 원한을 삭여 민족이라는 거대한 역사에 물굽이로 있겠다는 각오를 보인다. 참 이름답고 거룩한 전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