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경제는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어야 한다
[경일포럼] 경제는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어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1.27 14: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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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경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다”라 설파했다. 이어 “이 얘기를 드리는 이유는 어떤 통계나 어떤 경제적인 결과들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진리는 아니다”라며 “정책적 판단의 결과물이고 얼마든 다른 해석이 가능한 일이라는 뜻”이라고 부연(敷衍)했다.

결론부터 말을 하면 경제는 과학이어야 한다. 경제가 정치에 좌지우지되면 비효율은 물론 부정과 부패만 난무하게 된다. 경제학자들은 객관적으로 관찰된 현상과 이론으로 경제학에 접근한다. 경제 분석 중 실증적 접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 자료다. 따라서 경제학은 과학이다. 여기에서 주관적 관점이 개입된 경영학이나 정치와는 접근 방법부터 다르다.

이 후보는 서울대 강연에서 “전두환은 경제는 잘했는데 정치는 폭정이었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경제정책 수립에는 전두환 대통령은 직접 개입하지 않고 유능한 경제학자들에게 전권을 부여한 결과이다.

흔히들 정치유형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로 구분하지만, 경제유형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구분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의 천부인권이 동등하여 ‘1인 1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에서는 “1원 1표의 원칙”에 따라 경제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후보는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저리(低利)로 장기간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라며 “금융의 신용은 국가권력, 국민주권으로 나오는 것”이라 한다. 정말 위험천만한 생각으로 금융관리는 정부라는 공권력이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신용은 개인의 자금 능력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신용도가 높은 사람(수요자)에게 금융기관(공급자)은 가능한 낮은 가격(이자)에서라도 더 많은 돈을 빌려주려 한다. 반면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이자를 더 높게 책정하고 적은 금액만(받을 수 있는) 빌려주려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반대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발생하여 시장이 교란된다.

경제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 비효율성이 야기되어 경제의 악순환은 가중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정책 수립에서 경제는 어디 가고 그 자리에 정치가 자리 잡아 질서를 어지럽힌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정권 초기에 시작한 탈원전 정책은 국내에서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로 원전 폐기를 실현하면서 외국 나가서는 우리나라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의 안전’이라 역설하며 원전 세일을 하고 있다. 세상이 웃을 이율배반이다. 저소득층의 생활 향상을 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결국 저소득층의 생활고만 깊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1만 원 약속’의 결과는 어떠하였나. ‘비정규직 제로(0)화’는 비정규직의 양산만 가져왔다. ‘예비 타당성 면제’는 경제성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지역 사업만 늘렸다. 기업을 옥죄는 기업규제는 기업의 신규투자 억제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은 멀어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내세우는 기본소득은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 100만 원 공약은 과연 무슨 효과가 있을까. 연간 100만 원은 월 8만 원꼴이 되고, 1일 3000 원도 안된다. 이는 일반 시민이 커피 1잔도 소비하기 힘든 소득이지만 이에 필요한 예산은 52조 원이다. 이 예산이면 ‘경부고속전철(사업비 20조 원)을 2개나 건설하고도 남을 뿐만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인 과학기술이나 기술개발(R&D에 투자한다면 ‘투자 유발효과’는 무한할 것이다. 현대경제는 과학과 기술의 전쟁이다. 과학과 기술의 성공 여부는 자금력이 좌우한다. 따라서 현대경제의 기초가 되는 과학과 기술은 정치가 아니라 경제(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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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2022-01-27 17:34:33
아주 좋은 평론입니다. 동감합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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