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코로나를 녹색으로 치유하자
[경일포럼]코로나를 녹색으로 치유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22.02.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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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녹색은 청량이다. 치유의 효과가 높다. 이제 봄이다. 며칠 전 마당에 홍매 한 그루에 수없이 많은 붉은 꽃들이 봉우리를 맺고 있었다. 곧 홍매며 백매가 봄을 불러들여 희망이란 이름으로 환희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자연은 꽃축제 준비로 요란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코로나19가 2년을 넘어 암울을 드리우고 있고, 오미크론이란 황망한 자식을 낳아 악마의 춤을 추고 있다. 이것도 곧 끝날 것이란 느낌이 든다. 언제나 마지막은 최고조의 불이 활활 타오르다 갑자기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코로나의 최후의 발악인 셈이다. 필자는 그것을 어디서 느끼는가 하면, 바로 여지없이 봄은 다가오고 있고, 햇볕은 따스하게 얼어붙은 온몸을 감싸고 홍매가 붉은 꽃망울을 마음껏 피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면 ‘녹색 책(green book)’이라 부르는 녹색의 겉장이 붙은 책이 주어진다고 한다. 여기에는 1200개가 넘는 관직의 이름이 적혀있고,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대통령이 직접 뽑아 인재를 골고루 등용한다고 한다. 좋은 나무를 심듯 훌륭한 사람을 그 자리에 심는 것이다. 미국의 서부개척시대 선구자들은 개척하려고 하는 땅을 돌아다니며 그 땅에 맨 먼저 어린나무를 심고 돌아온다고 한다. 그리곤 다음에 그곳에 갔을 때 예전에 심었던 어린나무가 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면 그곳을 개척하여 생활의 터전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심은 나무가 적응하지 못하고 잘 자라지 않으면 그곳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들이 심은 나무에서 자란 녹색 잎의 색깔을 본떠 유래된 것이 ‘녹색 책’이다. 그래서 녹색 책은 그들의 개척 정신, 독자적인 역량을 상징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남부지방에서는 나무를 심기 시작할 것이다. 다가올 새봄에 희망을 심는 것이다. 꽃들도 만개할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코로나, 오미크론은 기운을 잃고 사그라들 것이다. 필자는 그렇게 믿고 있다. 봄은 희망의 상징이며, 꽃은 희망의 불꽃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과 더불어 사람을 올바로 가르치고 키우는 것을 백년대계라고 했다(百年之計 莫如樹人). 곧 나무를 곧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처럼 사람을 올바르고 성실하게 키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희망을 키우는 것이다. 다가올 대통령 선거도 희망을 심고 가꾸는 사람을 뽑는 일이고, 그것이 백년대계를 꿈꾸는 초석을 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땅을 파고, 잔뿌리를 잘 펼쳐 주고, 흙을 덮어주고, 물도 주고, 거름도 주고. 아이들이 어른과 함께 정성을 쏟으며 심는 나무. 나무야 잘 자라거라며, 작은 눈을 감고 기도까지 해 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무 심는 일은 꽤 의미 있을 것이다. 바깥세상은 코로나, 오미크론으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지만, 녹색 세상은 평화와 희망으로 들떠 있다.

가까운 산이나 들녘으로 나가보라. 꽃들이 새 기운을 받아 희망을 노래할 것이다. 이내 초록의 잎들이 가지마다 녹색 향연을 펼칠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도 넉넉해질 것이다. 코로나, 오미크론을 이겨낼 힘찬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년여의 긴 세월 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내성을 키웠고, 충분히 이겨낼 힘도 길렀다. 나무와 꽃들이 색색으로 춤을 추는 모습에서 희망도 볼 것이다. 그것이 인류가 살아오면서 견디고 힘을 낸 동력이다.

산내들로 나가 초록의 나무들을 보자. 코로나, 오미크론이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신비로운 치유의 능력을 향유하자. 그리고 희망을 품자. 우리는 이겨낼 것이고, 이겨내 왔다. 봄의 초록은 그 많은 병원균을 이겨내고 여지없이 오고 있다.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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