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66]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66]
  • 경남일보
  • 승인 2022.02.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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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과 아랑곳한 이야기(2)
우리 겨레 기쁨날(명절) 설날은 잘 쇠셨는지요?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 뜻하신 일들 모두 이루시길 바라고 빕니다. 지난 글에서 ‘호랑이’라는 말의 말밑(어원)을 알려 드렸고 그 말을 갈음해 쓸 토박이말 ‘범’이 있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알고 쓰면 좋을 범과 아랑곳한 버릇말(관용어) 몇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범 으르듯’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몹시 성이 나서 무섭게’라는 뜻인데 ‘으르다’가 ‘겁을 먹도록 무서운 말이나 짓으로 닦아세우다’는 뜻으로 흔히 ‘위협하다’와 비슷한 말입니다. 그러니까 ‘범이 무섭게 위협하듯 몹시 성이 나서 무섭게’라는 뜻으로 쓰게 된 것이죠. ‘겉으로는 ‘범 으르듯 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처럼 쓸 수 있겠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개 무섭게’라는 말을 많이 쓰던데 ‘몹시 무섭게’라는 뜻으로 ‘범 으르듯’이라는 말을 살려 썼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범의 아가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매우 위태로운 처지나 형편을 빗대어 이르는 말’인데 흔히 알고 자주 쓰는 ‘호구’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입니다. ‘호구’가 ‘범 호(虎)’에 ‘입 구(口)’를 쓰는데 토박이말로는 ‘범의 아가리’라고 했습니다. 범이 입을 크게 벌려서 물려고 하는 때를 떠올려 보면 왜 그런 뜻을 담아 쓰게 되었는지 바로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잘 아시다시피 ‘호구(虎口)’는 ‘어수룩하여 써 먹기 좋은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너를 호구로 보는 것 아니니?”처럼 자주 쓰는 그 ‘호구’가 바로 ‘범의 아가리’인 거죠. ‘범의 입 앞에 있는 먹잇감’을 떠올려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호구’라는 말은 눈과 귀에 익은 말이라 다들 잘 알고 계시지만 그 뜻이 ‘범의 아가리’라는 것까지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을 듯합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범의 아가리’로 보이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이 말을 누군가에게 함부로 해서도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호구’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범의 아가리’라는 말을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범의 어금니’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요긴한 것’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모임에서 꼭 있어야 될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 사람은 우리 모임에서 범의 어금니 같은 사람이다”고 하면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어떤 모임에서든 ‘범의 어금니’ 같은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범한테 쫓긴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데 ‘무엇인가에 혼쭐이 나서 겁을 먹고 조급하게 서두르거나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매우 불안해하는 사람을 보고 “범한테 쫓긴 사람처럼 왜 그러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을 할 때 “누구한테 쫓기는 사람처럼”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범한테 쫓긴 사람처럼”이라고 하면 더 나을 것입니다.

위와 같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옛날부터 ‘범 으르듯’, ‘범의 아가리’, ‘범의 어금니’, ‘범한테 쫓긴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그리고 자주 버릇처럼 써서 그와 같은 버릇말(관용어)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말이 있는 줄을 몰라서 못 쓴다면 참으로 안타까울 것입니다. 오늘 아시게 된 말들을 알맞은 곳에 떠올려 쓰시면서 말맛과 글맛을 남다르게 내어 보시기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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