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락, 이중 언어는 경쟁력] (1)우즈벡에서 온 베로니카
[동고동락, 이중 언어는 경쟁력] (1)우즈벡에서 온 베로니카
  • 임명진
  • 승인 2022.02.03 18: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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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라 부르면 속상해요”

러시아어·한국어 둘 다 쓰는 창원 여중생
“두려움 떨치고 도전해봐” 친구들 통역도
경남의 학교에는 국제결혼과 중도입국, 외국인가정의 자녀까지, 다양한 문화를 가진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이들 학생들의 수가 1만여 명을 훌쩍 넘어 우리의 교육은 이 학생들과 더불어 함께 해야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다. 이를 극복하고 한국어와 이중 언어에 유창하고 다른 문화를 경험한 세계화에 부합한 인재로 길러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교육의 역할이다.

이에 본보는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자는 뜻에서 ‘동고동락, 이중 언어는 경쟁력’이라는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한 베로니카가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메냐 자붓 한 베로니카(저는 한 베로니카입니다)”

밝은 미소로 자신을 소개하는 한씨 성을 가진 베로니카(16)는 중앙아시아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나고 자란 고려인 4세다.

부모를 따라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창원의 경원중학교에 재학 중인 베로니카는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각종 미술대회에서 입상한 경력도 있는 여느 또래 여중생들처럼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하는 재능 있는 학생이다.

담임 최은심 교사는 “베로니카는 친화력이 좋고, 학교생활도 솔선수범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지닌 학생”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베로니카의 강점으로 이중 언어를 꼽았다. 지난 해 전국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에서 경남대표로 ‘은상’을 획득할 정도로 러시아어와 한국어, 둘 다 유창하다.

창원에는 베로니카처럼 부모를 따라 한국에 중도 입국한 우즈벡이나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출신의 고려인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들 학생이 모두 베로니카처럼 모국인 한국어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우즈벡에서 우리 가족은 할머니 때문에 자연스럽게 집에서는 고려인 말을 사용했지만, 모르는 친구들도 많아요.”

한번은 고려인 친구가 아파 학교 보건실에 갔지만 소통이 잘 안 돼 난처해하자 베로니카가 나서 도와줬다. 사실 외국에서 온 학생 대부분은 한국에 정착해서 꿈을 펼쳐 보려 하지만 언어가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베로니카는 언어문제는 학교에서 아무리 도움을 줘도 결국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주변 지인들의 통역과 번역에 도움을 줄만큼 능숙한 베로니카이지만 한국생활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 오기전 우즈벡에서 2달여 간 한국어 학원도 다녔지만, 친구들의 말이 너무 빠르고 억양과 단어에서 소통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생각했던 이상으로 언어의 벽을 느꼈다.

베로니카는 적극적인 자세로 하나 둘 적응해 나갔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건 참 잘돼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보통은 언어 두려움 때문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외국친구들과 주로 대화를 하거든요. 하루에 15분이라도 한국친구들과 대화를 하게 해 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베로니카는 “러시아어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건 한국친구들도 부러워하는 저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공부도 학교생활도, 봉사활동도 열심히 해서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장래 꿈은 고려인 도움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우즈벡에 있었을 때는 외모가 달라 이질감을 느끼곤 했는데, 정작 같은 민족인 한국에 오니 다문화라고 표현하고, 외국인이라고 차이를 둘 때 좀 속상했어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친구들을 도와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을 하고 싶은 게 제 꿈이랍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한 베로니카가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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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헌 2022-02-06 14:43:07
박재건 기자 화이팅~ 형이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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