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동네북이 된 샤머니즘
[경일포럼] 동네북이 된 샤머니즘
  • 경남일보
  • 승인 2022.02.0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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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대선 정국의 경쟁 분위기가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이즈음에, 애꿎은 샤머니즘이 동네북이 되고, 또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한 후보자와 그 배우자는 여기저기에서 가해지고 있는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있는 얘기, 없는 사실 등이 정략적인 이해득실에 달려있어서 온갖 것들이 동원되고 있는 저간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뜬금없이 회자되고 있는 샤머니즘의 얘깃거리 정도는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여기에 이르러 네거티브 공방의 절정에 이른 감을 주고 있다.

그런데 보수를 대변한다는 유력한 언론사의 논객이 최근에 발표한 한 칼럼이 상당한 문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수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언론사의 지상에 이런 무지한 글을 써도 되나 싶다. 김 모 씨는 단순한 무속의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가 무속인이다. 공격하는 측은 너희가 무속(적)이라고 한다. 반면에, 방어하는 측은 우리는 무속(적)이 아니라고 한다. 공격하는 측도 방어하는 측도 무속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제3자인 인용문의 논객은 한 술 더 떠 방어하는 측의 당사자를 두고 무속(인) 그 자체로 규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가리켜서 샤머니스트 레이디, 즉 이른바 무녀(巫女)로 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무녀는 신 내림을 받거나 무업을 세습적으로 잇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둘 중 하나인 입무(入巫)의 과정을 밟지 않으면, 결코 무녀가 될 수 없다. 무당보다 점을 잘 본다는 말 한마디에 무당이 되는 게 아니다. 또 문제의 논객은 샤머니즘의 세계는 효험만이 중요한 세계라고 했다.나는 이 대목에 이르러 기가 막혔다. 어떻게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함부로 말을 하는가, 했다. 샤머니즘이 정치적인 관점이나 이해득실에 따라, 아무리 동네북이 되거나 만신창이가 되거나 해도 그렇지.

샤머니즘이 없었다면, 단군이나 차차웅 같은 상고(上古)의 지도자가 있었을까? 샤머니즘이 없었다면, 치병의 흉내라도 내면서 인간의 병고를 고민하는 의사라도 있었을까? 샤머니즘이 없었다면, 판소리와 전통춤과 시나위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민속예술이 있었을까? 샤머니즘이 없었다면, 맺힘과 풀림, 밀고 당김을 아우르는 한(恨)의 정서가 있었을까? 무엇보다도 샤머니즘은 우리에게 평등과 형평이라는 관념을 원초적으로 제시해주었다. 샤머니즘의 세계가 효험만이 중요한 세계라고? 인간은 매양 이성의 세계에만 살 수 없다. 인간에게는 때로 검증되지 않은 비이성의 세계도 폭넓게 엄존한다. 이를테면, 무의식과 환상, 본능과 욕동, 백일몽과 악몽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잘 모른다고 해서,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내년이면 백년이 될 저 진주의 형평은, 알고 보면 샤머니즘이 은밀히 전해준 선물이다. 진주와 인연이 있는 예술가들도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해 예술의 꽃을 활짝 피우지 않았나? 하늘의 무늬와 땅의 결을 이은 이성자의 부적 같은 추상 기호는 어떠한가? 박경리의 영성(靈性) 및 생명사상 역시 샤머니즘과 맥이 닿는다. 그는 샤머니즘을 공평한 당신 이라고 의인화하기도 했다. 이것저것 볼 것 없이, 박생광의 위대한 채색무속화를 보라.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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