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세금 풍년
[천왕봉]세금 풍년
  • 이홍구
  • 승인 2022.02.13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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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세가 정부의 예측보다 61조원 넘게 더 걷혔다.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 알아야 이듬해 정부 재정운용을 합리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주먹구구식 예측으로 역대급 ‘세수 오차’가 생긴 것이다. 초과세수 61조원 중 40%는 부동산 등 자산거래에서 발생했다.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징벌적 과세로 세금을 이용한 정부가 정작 부동산 정책에는 실패하고 세금만 두둑하게 챙긴 꼴이다.

▶이 와중에 직장인들의 월급에서 떼어가는 세금은 문재인 정부들어 40%가량 증가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월급은 사실상 그대로인데 과세표준은 이를 반영하지 못해 가만히 있어도 세금만 늘어났다. ‘유리지갑’ 월급쟁이를 쥐어짠 사실상 증세의 결과, 근로소득세가 4년만에 13조원이나 더 걷힌 것이다.

▶예상치 못한 ‘세금 풍년’에 정치권에선 “곳간에 세금이 쌓여있으니 펑펑 더 쓰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국가 권력이라도 무리하게 세금을 걷어 방만하게 사용한다면 국민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조선왕조 붕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세금 수탈의 ‘삼정 문란’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붕괴를 몰고 온 부마항쟁의 도화선도 부가세 도입이란 세금문제에서 비롯됐다.

▶세금을 혈세(血稅)라고 하는 건 국민의 피땀이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집값 잡고, 세금으로 복지 포퓰리즘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피땀을 쥐어짜 자기 발등의 불을 끄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 조세의 기본원칙은 공평부담과 국민 개세(皆稅),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다.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세금을 신중하게 다루지 않는다면 세금은 수탈이 되고 정권의 정당성도 상실하게 된다.

이홍구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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