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마음에 쓰는 편지
[경일춘추]마음에 쓰는 편지
  • 경남일보
  • 승인 2022.02.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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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경남도청 동물방역과 주무관)
 



어린 시절부터 편지 쓰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때는 편지랄 것도 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색종이와 반짝이 풀로 직접 만든 카드에 삐뚤빼뚤 몇 자 적는 게 전부였지만, 명절 아니고는 자주 보기 힘든 또래 사촌들에게 보고 싶은 마음을 정성껏 담았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우표를 붙여 보내주셨고, 누군가는 답장을 보내주면 내 이름을 적은 봉투에 우표와 도장이 찍혀 오는 것이 신기하고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우표라는 것이 과연 쓰일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편지가 오가는 것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누구나 들고 있는 전화기로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다, 꼭 실시간이 아니더라도 사회관계망에 올리는 글로 소통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중에도 의사소통을 하는 유형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하나는 문자를 자꾸 주고받는 것은 답답해서 전화 통화로 말하는 것이 속 편한 이들이고, 다른 한편은 통화는 왠지 어렵고 의미전달이 불명확한 것 같아서 문자로 주고받는 것이 더 확실하고 나중에 확인하기도 좋아 편하게 느끼는 경우다.

나는 그 중에서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 직접 사람들을 대면해 의사소통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때 이런 말을 할걸, 그건 이렇게 표현할걸 하는 아쉬움이나 후회가 자주 남는다. 주고받은 말은 흩어지는 느낌이어서, 하다못해 문자로라도 남은 대화가 더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인지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이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편지처럼 떠오를 때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독백 내레이션이 깔리듯 나의 현실에 배경처럼 나의 목소리로 그이에게 문득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미안했던 일이나 고마웠던 일, 나의 사정이 이러하였음을 이렇게 풀어 전하면 이해해 주겠거니 하는 적절한 말들이 그저 하릴없이 생각이 나곤 한다.

마음에 떠오른 언어의 불꽃은 쉬이 잊혀 지기에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 메모를 하곤 했다. 글씨는 휘갈겨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도 몇 개의 단어가 남아있다면 그 당시 하고 싶었던 말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고, 또 그렇게 쓴 편지가 늘 전달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나는 수시로 마음속에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게 됐었다.

지금은 많은 부분을 붙잡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것 같다. 아직도 ‘마음에 접어놓은’ 이야기들은 남아있는데, 그 중에 어떤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 뿐 이제는 전하기에도 늦어버린 것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아직 기회가 된다면 못 전했던 이야기들을 언젠가 전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이종원 경남도청 동물방역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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