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환하고 둥글게
[경일춘추]환하고 둥글게
  • 경남일보
  • 승인 2022.02.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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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하 (경상국립대학교 교육혁신 실장)
 



우리나라 모든 학교 관계자는 2월이 가장 바쁜 달일 것이다. 졸업 학사과정을 마무리하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새 학년도 시작을 준비해야 해서 요즘에는 늦은 밤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부서가 많다. 일이 늘어 났다. 각종 행사는 대면과 비대면으로도 하고 캠퍼스별로도 하기에 일 더 하기 일이다.

하루종일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있으니 상대의 표정을 읽기도 쉽지 않다. 말을 붙이기도 어렵다. 말도 사라지고 밥도 각자 챙겨와서 먹는 직원이 많아졌다. 각자의 일만 하다 보니 소통이 잘 안돼 오해도 늘어나는 것 같다. 바빠도 함께 밥을 먹으며 환담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던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이 약이 되게 하고 약이 음식이 되게 하라’고 했다. 흘사혜(忽思慧)가 지은 약선(藥膳)사상을 배경으로 집필한 요리책 ‘음선정요’(飮膳正要)에도 음식과 약이 같은 근원을 갖는다는 식약동원(食藥同原)의 사상이 기록되어 있다. 식약동원은 우리들의 오래된 믿음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일이다.

가난한 이나 어린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풍습인 서양의 핼러원축제도 호박 바구니를 들고 집집마다 방문하면 사탕이나 초콜릿을 얻는데 외치는 말이 trick or treat!(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보름날 아침에 성이 다른 세 집의 오곡밥을 먹어야 복을 받는다고 하여 복조리를 들고 밥을 얻으러 가는 풍속이 있었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내 더위 사가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귀밝이술을 마시기도 하고 복쌈을 먹기도 했다.

이웃과 어울리며 복을 기원했던 풍속은 동서양이 비슷하다. 농경사회에서는 정월 대보름날을 실질적인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다. 오늘부터 ‘환하고 둥글게!’ 를 실천하면 어떨까. 우리 선조들은 새해 처음으로 맞이하는 둥근 보름달을 보며 한 해가 원만하기를 소원했다. 그리고 한 해의 풍년을 기원했을 것이다. 대가족이 두레상에 둥글게 둘러앉아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오곡밥을 먹던 모습을 상상해본다.

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아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집중해서 지켜야 한다.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인 보름 음식 한 상을 밀키트라든지 집앞 배달을 하면 어떨까. 팬데믹으로 지친 모든 이의 마음에도 보름달같이 환하고 둥근 일상이 돌아오기를 소원한다.

박정하 경상국립대학교 교육혁신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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