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진주 상인들의 자존심 ‘진주 전통시장’의 미래를 밝히자
[의정칼럼]진주 상인들의 자존심 ‘진주 전통시장’의 미래를 밝히자
  • 경남일보
  • 승인 2022.02.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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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진주시의원)
대형마트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전통시장의 풍경은 낯설기만 하다. 봇짐장수, 등짐장수가 좁은 길가를 빼곡히 메워,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없는 산해진미는 물론 갖은 생필품들을 열띤 흥정을 펼치며 씨름하는 이곳에서 오가는 깊은 정(情)이 대형마트 히터의 온기보다 따뜻한데도 말이다.

진주 상인들의 자존심이자 시민들의 놀이터인 전통시장, 진주의 대표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은 진주의 중심지에서 어떻게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걸까? 진주 중앙시장의 역사를 살피려면 먼저 옥봉동 진주 상무사(商務社)부터 살펴봐야 한다. 1884년 일정한 자리에서 정주하면서 점포를 만들어 상업을 할 수 있는 시전(市廛)이 등장하면서 시전 상인들끼리 모여 장사에 대해 의논하는 기관인 ‘우도소(右都所)’가 설치됐고 이후 상무회의소 등으로 명칭이 바뀌다가 1899년 진주 상무사라는 이름으로 진주의 상인조직이 등장하게 된다. 조선 후기 상품화폐 경제가 발달하면서 전국적으로 보부상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들을 조직화하기 위해 조선 정부가 만든 순수 민족계 상인들로 구성된 조직이 상무사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이들이 주축으로 참여한 상공회의소가 설립되면서 상무사는 자연스레 해체됐다.

보부상은 원래 봇짐장수(보상)와 등짐장수(부상)를 가리키는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5일장을 떠돌면서 행상을 하던 상인이 보부상이었다. 그런데 보부상은 근대에 들어서면서 고정된 자리에 자신의 점포를 갖고 장사를 하는 상인으로 점차 변해 간다. 진주의 경우 1890년대 초부터 정주(定住) 상인이 등장하기 시작해서 1890년대 후반이 되면서 점포가 상당히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진주 중앙시장의 기원은 이렇듯 자리를 잡고 상업에 종사하는 점포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진주는 전국에서 가장 땅이 비옥한 지역이다. 또한 남강을 통해 북으로는 낙동강, 서남으로는 남해와 물길이 원활하다. 게다가 진주는 경상도 남쪽의 행정과 군사 중심지였다. 기름진 농토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남해의 수산물, 서쪽 지리산의 목재와 약재 등이 진주에 모이기 좋은 위치였기 때문에 진주에는 일찍부터 시장이 발달했다.

중앙시장은 4가지 업종(四廛)으로 출발했다. 포목을 취급하는 포전, 생선과 과자를 파는 어과전, 비단을 거래하는 금전, 종이를 다루는 지전이다. 진주의 면포는 ‘진목(晋木)’이라 하여 국내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포목으로 꼽혔다. 진주 비단 역시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거래량이 많았다. 이웃 고을인 산청과 함양에 잠업 농가가 많았고, 진주 남강 물로 비단을 염색하면 때깔이 좋다 하여 사려는 사람이 몰렸기 때문이다. 1910년대 전국 5대 시장 가운데 하나였던 진주 전통시장의 영광은 아쉽게도 세월이 흐르면서 취급 품목도, 매출액도 달라지며 예전만큼 활기차지는 않다.

아직까지도 어린 시절 설 연휴가 되면 어김없이 엄마를 따라 전통시장에 갔던 기억이 새록하다. 한 손에 각종 차례 음식이 담긴 검정 비닐 봉투 몇 개를 쥐고 있었던 기억도 난다. 다른 한 손은 뜨끈한 호떡을 쥐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정육점의 빨간 불빛, 생선가게 얼음과 축축한 바닥, 과일가게 아저씨가 덤으로 쥐어주던 생밤의 맛이 어우러진 기억은 참 따뜻하다. ‘전통시장’만이 가질 수 있는,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독보적인 훈훈함이다. 물론 너른 주차장과 냉난방이 완비된 시설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전통시장의 미래는 밝게 빛나고 있다. 내 고향 진주의 자랑, 상인들의 자존심인 진주 전통시장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따뜻한 사람의 훈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정재욱 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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