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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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02.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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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산청함양사건’유족회 송진현 작가의 작품들(3)
송진현 작가는 소설 ‘암호- 쉰해 달 여섯’을 썼는데 이는 1952년 2월 7일 일어난 산청 함양 양민학살사건을 중심으로 한 국군 11사단 9연대, 13연대, 20연대가 저지른 이른바 ‘견벽청야’ 이야기이다.

송작가는 ‘책 머리에’를 다음과 같이 쓴다. “6.25 전쟁시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유엔군이 인천 상륙작전으로 퇴로가 막힌 공비들은 지리산, 가야산, 백운산, 백야산, 불갑산, 태백산, 회문산 등지에 뿔뿔이 흩어져 산간지방 양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자신의 목숨을 부지했다. 그러나 불과 1개사단 3개 연대의 소규모 병력으로 공비토벌의 소명을 받은 11사단장의 번민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사단장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그가 부임하던 50년 10월초부터 이듬해 5월까지 구사한 ‘견벽청야’공비토벌 작전은 선뜻 수긍할 수가 없는 점이 많다. 그는 견벽청야 작전으로 초지일관하면서 작전지역 주민을 대피시킨다는 구실로 마을 근처에 주민을 모아 놓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살한 뒤에 재산을 탈취하고 가옥을 불태웠으며 부녀자를 폭행하는 등 국민의 생존권을 마구 짓밟았다. 더우 가증스러운 것은 희생자를 공비사살로 전과 보고를 올려 자신의 명예를 누리는 제물로 삼았다는 점이다. 전쟁에는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고 재산 손실도 어느 정도는 있게 마련이지만 6.25 발발후 1127일 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매일 5300명의 희생자가 났으며 이들 중 83프로가 우리민족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양민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작품 속 인물 기운이는 나중에 그의 가족과 700여 고향 사람들을 희생시킨 군인이 11사단임을 알게 되고 11사단은 1950년 10월초 공비 토벌을 위해 창설된 부대로서 경남과 전북 전남 전반에 걸쳐 수많은 양민을 계획적으로 희생시켰음을 밝혀내고 유족들과 합심하여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정의가 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쟁취해야 돤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에서 3장 ‘낭보’는 11사단 창설과 그 등장을 보여준다. 최덕신 장군의 보직 보고를 신성모 장관에게 한 이후 20연대와 남해여단 대치를 보이며 활약한다. 20연대 3대대장 강철주 소령은 남해여단을 회복 불가능의 늪으로 쳐넣고 승리했다.이 승전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대공비전을 승리로 회전시키는 최초의 토벌전이었다.

4장 ‘폐광공략’에서는 11사단 13연대 2대대 병사들의 행패와 통비분자 전원 사살이라는 ‘견벽청야’ 작전이 실험되고 있었다.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이 울리면서 떨어자는 팔다리며 찢어진 살점들이 우박처럼 우두둑 떨어졌다. 이건 전쟁도 아니고 인간이 하는 짓도 아니다. 청천하늘에서 떨어지는 날벼락이었다. 2대대 6중대 중대장은 직위가 한스러운 강대위는 방아쇠를 당기며 소리쳤다. ‘너희들이 죽는 것은 나 때문이 아니고 사단장 때문이다. 아니다 국방장관 때문이다. 아니다 대통령 때문이다. 아니다 김일성 때문이다. 아니다 스탈린 때문이다. 처참한 주검에 정신 빠진 지휘관의 횡설수설이다.”

6장 ‘선혈로 물든 지리산 골’에서 9연대 3대대가 저지른 산청함양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7장 ‘빙산의 일각’에서는 그 이틀후 거창군 신원면에서 3일간 이른바 거창양민학살이 이루어졌다.

이 소설은 처음에 나온 소설 김원일의 ‘겨울 골짜기’와는 다르다. 김원일은 거창사건만 다루었고 사건의 팩트는 20퍼센트 정도 수용했다. 그러나 송진현 작가는 적어도 80퍼센트는 팩트로 보인다. 거기다 11사단 ‘견벽청야’ 작전에 있어 9연대, 13연대. 20연대 3개연대의 학살 사건을 전면적으로 다루었다. 이 점이 송작가가 이룬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다 송작가의 지향은 비교적 국군의 비정한 작전에다 포커스를 맞추었다. 유족들이 읽으면 시원한 어떤 통쾌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유족들은 유족이 쓴 소설에서 이제 겨우 학살 터널을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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