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행운도 행복도 다 내 거
[경일춘추]행운도 행복도 다 내 거
  • 경남일보
  • 승인 2022.02.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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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경남도청 동물방역과 주무관)




지난해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코로나 때문에 화장장에서도 몇 분 외에는 건물 밖에서 긴 시간 기다려야 했었다. 아직 바람이 쌀쌀한 3월 말이었지만 군데군데 화단에 클로버가 피어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네 잎 클로버를 못 찾겠어” 초등 2학년이던 둘째 아이가 시무룩해서 왔을 때 아내가 달래면서 네 잎보다 세 잎이 더 좋은 거라고,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의 의미라고 알려줬더니 아이는 신이 나서 부지런히 세 잎 클로버를 장례식에 참석한 일가친척들에게 나눠주었다. 그 의미가 행복이라고 일일이 설명하면서. 어린아이의 천진함은 때때로 어른들이 당한 크나큰 슬픔에 작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그 순간도 슬픔 속에서 만난 행복의 한 송이였다.

같은 사무실 직원 책상에 귀여운 클로버 그림과 함께 ‘행복도 행운도 다 내꼬(내 거)’ 라고 붙여 놓은 것을 보았다. 좋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행복하려는 의지, 행복해지려는 의지. 정하지도 않은 목표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다. 행복도 가만히 있는데 그냥 어디선가 툭 떨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중요한 질문, ‘너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가?’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해 본 적이 있던가.

성경에서 예수님이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면서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 이라는 비유를 말씀하셨다. ‘침노?’ 쳐들어가 빼앗는 것이 천국이라는 건가?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도 ‘천국’은 ‘완전무결한 행복의 세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가만히 앉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것, 나아가 이루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선한 일을 이루는 것도 그저 가만히 앉아서 수동적으로 주어지기만을 기다리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 것을 채우려는 것은 욕심이겠지만, 척박한 땅에서 이전에 없던 것을 이루어내기 위한 노력은 결코 욕심이 아니다.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많은 선한 이들이 그저 나쁜 짓 안 하고 착하게 살아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때로는 희생도 감수해 가며 좋은 세상을 이루기 위해 애써 왔기 때문에 우리가 그 열매를 누리는 것들도 있다.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그동안 써 놓은 메모들을 찾아 읽어보느라 수첩 속에서 발견한 그때의 세 잎 클로버를 보며 나는 ‘행복하기’로, 그 행복이 ‘내 것’이 되도록 애쓰기로 다짐해 본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행운’도 함께 찾아오지 않을까.

이종원 경남도청 동물방역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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