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작은 마을습지도 소중하다
[경일포럼]작은 마을습지도 소중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2.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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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대표)
2월 2일은 습지의 날이다. 큰 습지의 생태계가 계속 건강하려면 그 주변에 있는 작은 마을습지가 잘 보존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남지역 내륙습지의 대부분은 큰 하천의 배후습지이다. 낙동강과 남강의 물과 물고기들이 배후습지로 오르락 내리락 한다. 뿐만 아니라 철새들도 큰 하천과 작은 내륙습지를 오가며 놀고, 먹고, 쉬고, 잠을 잔다. 삼계중학교 교사였던 윤병렬은 남강의 철새들이 함안 내륙습지로 자주 다닌다고 한다. 지난 겨울, 함안과 의령 사이의 남강에서 천여 마리의 고니와 기러기들을 보았다. 강이 꽁꽁 얼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종일 웅크리고만 있었다. 배가 고플 때 어디서 먹이를 구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어느 마을 한가운데 있는 아주 조그만 늪에서 300여 마리나 되는 천연기념물 고니들이 분주히 먹이활동을 하는 걸 보았다고 한다. 남강에서 멀지 않은 마을이었다. 나도 지난해 3월에 함안 질날늪에 갔을 때 남강에서 보았던 천여 마리의 기러기를 보았다. 하천 근처에 있는 조그만 마을습지에도 우리가 모르는 고니와 기러기들의 멋진 세상이 있다. 창녕 우포늪의 새들 역시 주변의 작은 용호늪, 가항늪, 대학늪을 오가면서 생활한다.

작고, 하찮게 보이는 습지라도 유심히 살펴보면 온갖 야생동물들이 찾아와 물 마시고, 먹이 찾고, 산란과 양육을 하는 아주 소중한 장소임을 알 수 있다. 둠벙도 마찬가지이다. 저수지도, 방죽도 없는 사각지대에서 안정적으로 논에 물 대는 역할을 하는 둠벙에는 미꾸리와 각시붕어 등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가끔은 철새들도 날라 온다. 먹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았는지 온다. 그들의 일상생활 동선에서 늪의 크고, 작음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용하고 먹을 게 있으면 충분하다. 지난 2021년 초에 전북도농업기술원에서는 ‘전북 농경지 내 둠벙 현황’을 펴냈다. 대부분이 200㎡ 이하의 작은 소류지이다. 전북 도내에는 1287개의 둠벙이 있다. 꼬박 2년간의 작업 끝에 만든 이 책에서는 “생물의 종수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코로나 대유행 사태를 맞았습니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할수록 미생물도 다양해지고 천적군도 다양해집니다. 종의 감소로 천적군의 연결고리가 하나씩 끊어지면 불균형으로 인해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유럽연합(EU)도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서 생물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습지의 하나인 둠벙의 보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라고 한다.

마을습지를 포함하여 경남지역의 습지는 모두 318 군데이다. 그 중에 환경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불과 여섯 군데 뿐이다. 경상남도에서는 보완책으로 대표우수습지제도를 만들어 3년간 재정지원을 하고, 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체계적인 보전과 이용을 할 수 있게 한다. 지난 3년간 합천 정양늪, 함안 질날늪 그리고 거제 산촌습지와 창원 주남저수지 네 군데가 지정되었다. 앞으로도 매년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지정된 습지보호지역과 대표우수습지는 반드시 주변에 크고 작은 마을습지가 있어야 생태계가 건강해진다. 지정받지 않은 작은 습지라고 괄시하면 안된다. 318 군데의 전체습지에는 작은 마을습지도 포함되어 있다. 동네에 있는 마을습지는 이미 주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된다. 마을과 도로에 인접한 부분은 쉼터를 조성하는 등의 주민 편의성을 중심으로 예쁘게 가꾸고, 반대편의 조용한 곳은 새들을 위해 가까이 가지 않는 배려가 필요하다. 습지에 깃든 전설을 스토리텔링으로 개발하여 안내판을 세우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 오래전 조상님이 입향하여 마을을 이룰 때부터 만들어졌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습지의 특성과 위치에 따른 다양한 접근이 중요하다. 습지를 지켜야 기후위기에서 우리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
 
전점석(경남람사르환경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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