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옥희(진보당 진주시위원회 부위원장)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장례, 죽은 이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가지며 고인을 떠나보내는 과정인 장례식에서 뭔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나뿐인 걸까? 지난 주말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의 전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장례지도사가 가족이 함께 절을 하는데 “절하는데도 계급이 있어요” 해서 절하는 순서를 보니, ‘아들-며느리-딸-사위-손자-손부-손녀-손서’ 뭐든지 아들이 우선이고, 고인의 딸보다도 며느리가 우선이다. 비혼인 장손에게는 얼른 결혼하여 며느리가 함께 절을 드려야 할아버지가 안심하고 가신단다. 장례식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장손이고, 장손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모든 것이 정지다.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일까?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영역에서 중요한 행사인 장례에서 그 중심과 기준은 공고하게 남성이다. 장례뿐 아니라 우리 사회구조 속에 가부장제는 건재하게 살아있다. 막스 베버는 남자들이 가장으로서의 지위를 통해서 사회를 지배하는 정부체제를 가부장제로 설명하였고, 실비아 월비는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억압하고 착취하는 사회구조와 관습의 체계라고 정의하였다.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사람으로 존중하지 않는 사회구조는 학교, 직장 등 일상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양산하고 있고, 그 심각성을 공감하지 못한다. 젠더에 기반한 폭력과 공격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여성혐오문화는 악성댓글과 비난을 쏟아내어 최근 유튜브에 활동하던 ‘BJ 잼미’, 몇 년 전 연예인 설리의 자살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그럼에도 젠더차별과 폭력을 청년세대의 ‘젠더갈등’으로 구분하며 선을 긋는다.
여성폭력과 차별은 개인의 문제라며, ‘차별받는 여성’이라는 말이 옛 말이라 말하는 거대 정당 대선후보의 말은 우리 사회의 중심과 기준이 남성임이 당연한 것이고, 성차별 사회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니 그의 10대 공약 중 ‘청년이 내일을 꿈꾸고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사회-여성가족부 폐지’를 일곱 번째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청년’과 ‘국민’에 여성은 없다. 여성을 배제하고 분리하는 가부장제의 작동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성차별뿐만 아니라 모든 불평등한 구조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켜 차별과 혐오로 이어나갈 것이 자명하다.
차별과 혐오의 정치로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는 공정한 사회로 나아 갈 수 없다. 무책임하고 성차별적인 공약이 당당하게 제시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치는 나의 삶과 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의 투표와 미래는 연결된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 유권자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생각을 가다듬고,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여성이라고, 농민, 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이라고 사람을 구분하여 차별하지 않고, 사람이 사람답게 존중받는 것이 당연한, 모두가 평등한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자.
전옥희(진보당 진주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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