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대선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소위 ‘닥치고 지지율’로 양 진영은 더 강하게 결집하고 있다. 반면에 밑바닥 민심은 이선망(이번 선거는 망했다)이라면서 더욱 차갑다. 심지어 외국의 주요 언론들까지 민주화 이후 35년 역사상 가장 불쾌한 선거라고 혹평하고 있다. 그렇다고 선거 이후는 희망적일까? 차라리 여론의 눈치라도 보는 지금의 선거 때가 더 낫다고들 한다. 정권 재창출시 패자 진영은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일까? 소수 야당의 상태는 지금보다 더 악화 될 것인데 정치가 돌아가기는 할까? 반대로 정권 교체시 패자 진영은 새 대통령의 정당성을 인정할까? 여야의 입장이 바뀐 입법부가 제대로 작동할까?
대선 이후 권력의 향방이 가려진 뒤에는 더 무례한 정치가 될 것이다. 누군가 당선되면 가족과 이념집단이, 다른 누군가는 일부 측근이 문고리 행세를 할 것이란다. 혹자는 누군가 집권하면 내로남불 DNA를 근절하지 못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가 집권하면 보복정치로 국정 운영이 걱정된다고 한다. 이런 양극화 정치에서는 정치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만 피해를 본다. 승자는 권력을 전리품으로 생각하니 연합정부가 불가능해지고, 사회적 갈등은 점점 지속되며, 성장동력은 먼 나라 이야기로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남은 선거기간이 박빙일수록, 나라의 근간을 흔들 무책임한 공약들이 쏟아질 건 뻔하다. 그런데 초박빙이어서 더 두렵다. 대선 투표율 80%, 득표율 50%를 넘기기 힘들텐데 누가 되든 총유권자의 60% 정도는 그를 인정하지 않는 결과가 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달리 대안은 없다. 선거는 결국 치러질 것이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어느 쪽이든 특정 진영만을 대변하는 비호감 대통령의 출현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정치인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경제는 기본이고, 통합 없이는 이런 ‘소수 대통령’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 지금처럼 진영의 골이 깊이 패어 있는 상황에서 새 대통령은 특정 진영의 이해보다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부족한 줄 알면 대통령 권력을 나누기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희망일 뿐이고 선거 후 어느 한쪽은 교도소에 가야 하는 현대판 사화(士禍)에 직면할 수도 있다.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된 탐욕스러운 정치구조를 바꿔야만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정치도 이젠 바뀔 때가 되었다. 다당제와 결선투표제는 나름의 대안이다. 이와 함께 정치문화도 개선하여 뒤끝 작렬의 보복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만, 목전에 닥친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양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먼저 유권자는 선험적 성향에 갇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생존형 권력투쟁의 프레임’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또한 유권자의 시각에서 차선마저 보이지 않는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이번 선거, 투표하기 싫다는 유권자들은 ‘국가 위상 재정립의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후보자의 실천 의지’를 차악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 보는 건 어떨까. 정치, 이젠 정말 바뀌어야 한다. 이는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