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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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02.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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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산청함양사건’ 유족회 민수호 시인의 활동(1)
민수호 시인은 1949년 4월 15일 6·25가 일어나기 1년 전 산청군 금서면 주상리에서 태어났다. 산청함양사건은 1951년 2월 7일 11사단 9연대 3대대의 ‘견벽청야’ 작전에 의해 일어났는데 민 시인이 3살 때 성질이 급한 할아버지 등에 업혀 부모님보다 먼저 4번째 학살지역인 함양군 서주리에 닿았다. 뒤에 온 아버지 어머니는 민수호를 데리고 서주리 안골목에 있는 사촌 형의 외갓집에 들어가 좁은 방에 눌러 앉았다. 그때 군인들이 서주 마을을 훑으며 화계리 등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빌붙어 있는지 검색했다. 군인들은 이 집에 웬 사람이 와글거리냐고 물었는데 모두 이웃집에서 놀러온 사람이라고 속여 학살 군중 모임에서 빠질 수 있었다.대신 할아버지만 피학살 군중에 섞여 있다가 파놓은 구더기 안으로 밀려 들어가 그날의 희생자가 되었다.

민수호 어린이는 이날 이후 할아버지가 총탄을 맞고 시체더미에서 짓눌려 있다가 시체로 드러났다는 것을 들었다. 어머니의 바느질 솜씨를 보여준 시체가 입고 있었던 저고리를 보고는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는 땅을 치고 통곡했다는 것이었다. 민수호는 이날 이후 견벽청야 작전에 희생된 할아버지로 인해 유족의 한 사람이 되었다.

민수호 시인은 진주농림전문대학(경남과기대 전신) 재학시절 학보사 기자였다. 1972년 4학년때 필자의 첫시집 ‘연기演技 및 일기日記’가 나왔을 때 전문대학보 1면 하단 전면 광고를 커다란 필자의 사진을 곁들여 내어 주었다. 어느날 뜻밖에 ‘농림전문대학보’가 우편배달이 되어 펼쳐 보니 강희근 시집 광고가 대문짝만하게 나 있었다. 필자의 경우 시집 광고로는 처음이었다. 아니 필자의 일생에서 내 이름이 박힌 광고는 땅땅 긁어 처음이었다. 민수호 시인은 이때부터 문학적 센스가 있었던 사람이었다. 필자는 그 대학과는 무관한 학외 사람인데 시집이 나오니까 진주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중앙 신춘문예 당선자가 탄생되었던 점을 기억하고는 과감히 광고로 지역유대를 보여준 것이었다.

민 시인은 부산지역에서 문학 활동을 해왔지만 젊어서 통영시청 공무원으로 일했고 이어 진주 대동공업사에서 일을 했다. 부산으로 옮겨서는 해운대장산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귀촌했다. 문학은 부산 지역에서 시인으로 활동했는데 새부산시인협회 한국산림문학회 멤버로 영역을 넓혔다. 귀촌해서는 금서초등학교 총동문회장, 산청함양사건 유족회 수석부회장, 여흥민씨 대종회 산청군지부 금서면 회장, 산청문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대뜸 귀촌하여 ‘태산목’을 쓴다. “산청에는 지리산 천왕봉이 있고/ 시천, 삼장, 금서면도 있다/ 지리산 몸통 속에는 상징으로 먹는/ 깨금나무 열매, 고로쇠나무의 고리수가 있고/ 자작나무의 거제수 물이 나오고// 산청의 금서면 지역에는/질곡의 애환의 역사 가락국 구형왕릉/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과/ 힐링 산청의 상징 한방촌도 있는데”라고 적어 나간다. 무어라 노래하든 ‘산청’은 “산청, 수청, 인역청‘이라 한다. 산이 맑고 물이 맑고 사람 또한 맑다”는 것이 기본적 화두가 된다. 민 시인은 물 맑은 산청에 한 걸음 더 들어가 고로쇠물과 거제수 물의 신통한 약수에 대해 언급한다.

그는 또 도토리에 대해 풀어준다. “가을 깊어지면/ 상수리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 고마운 양식이 된다.//겨울을 견디기 위한 동물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는/ 거룩한 희생으로 꿈꾸는 부활// 그중 더러는 용케/ 씨앗으로 소망의 싹을 키워/ 숲을 보전하는 사명/ 충실히 지켜내니 기특하다// 시골 아낙의 부지런함에/ 도토리묵으로 변신해 / 우리의 입맛 사로잡으니/ 베푸는 마음 또한 넉넉하다// 터실터실한 껍질 속에/ 결실을 위한 인내한 세월 영글어 대가 없이 주는 사랑/ 어머니의 삶과 닮아 있다.”(‘도토리’ 전문)

지리산 속 방곡이나 오봉이나 뒷골 같은 데를 가면 도토리가 있어 풍성하다. 거기 다람쥐가 있고 사람들 오두막이 있다. 자연이고 조화로운 생명 연대의 신비가 숨쉬고 있다. 민시인은 거기 귀촌의 생명적 회귀를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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