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복합쇼핑몰과 지역경제
[경일포럼] 복합쇼핑몰과 지역경제
  • 경남일보
  • 승인 2022.02.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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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광주 유세에서 “광주시민이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민주당이 반대해 무산됐다”라는 발언으로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방전에 불을 지폈다. 이에 민주당은 “복합쇼핑몰 유치에 반대한 적 없다”라며 “코로나로 2년 넘게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전통시장에 가서 대기업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는 자는 누구를 위한 후보인가”라고 반박했다.

인구 144만 명으로 우리나라 6대 도시 중의 하나인 광주에 복합쇼핑몰은 물론 대형 할인점조차 없다. 광주에 대형쇼핑몰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주에도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뻔했다. 광주광역시가 2015년 신세계와 투자협약을 맺고 특급호텔과 함께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하였지만 결국 무산됐다. “자영업자와 소상인에게 타격을 주어 전통시장과 지역 상권을 무너뜨린다”라며 토호 세력이 반대했다. 이에 편승한 정치인들이 “민주 정신과 광주 투쟁 능력을 훼손시킨다”라며 가세했다. 그 결과 광주를 떠난 7000억원의 투자자본은 대전으로 옮겨가 지하 3층 지상 43층 규모의 엑스포 타워를 건설하여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를 개장하였다.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3000명에 가까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함은 물론 투자금액의 승수효과로 지역경제는 활성화되었다.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과연 지역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무너지는 것인가. 통계자료 분석에 따르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소비자 행태에서 대형마트가 들어선 뒤 오히려 전통시장 고객이 늘어났다는 분석 결과다.(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우리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도 더 이상 보호에만 가두어 둘 것이 아니라 경쟁시장에서 홀로서기 하여 자생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보호만으로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배웠다. 월마트가 우리나라의 유통시장에 들어올 때 많은 유통업자의 반대와 우려가 있었다. 월마트가 진출한 지역의 대부분의 중소 골목상권은 초토화를 면치 못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겨냈을 뿐만 아니라 월마트를 몰아냈다. 월마트에 맞선 이마트는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상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월마트가 냉동식품을 비롯하여 미국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상품을 고집하여 국내 매장에 내놓을 때, 이마트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냉장식품과 기호에 맞는 상품으로 승부를 걸어 이겼다. 또한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맥도날드의 위세는 대단하다. 그러한 위세를 롯데리아가 무참히 꺾은 것이다. 롯데리아는 발상의 전환으로 승부를 걸었다. 김치와 햄버거는 전혀 궁합이 맞지 않는 조합인 것이 통념(通念)이다. 그러나 롯데리아는 둘을 하나의 궁합으로 합쳐 김치버거를 만들어낸 것이다. 소비자의 특성과 입맛에 따라 차별화된 상품개발을 함으로써 시장에서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개척해 나간 것이다.

우리 문화가 세계시장에 개방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K-문화’가 세계무대를 누비고 다닐 수 없었을 것이다. ‘BTS’가 있고 ‘미나리’가 있으며 ‘오징어 게임’이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든다. 이는 개방과 경쟁의 결과물이다.

우리의 전통시장도 이제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숨지 말고 당당히 맞서 자생력으로 힘을 키워 시장을 지켜나가야 한다. ‘하나 더하기 하나’에서 둘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골목상권에서 강소유통업체가 소비자에게 더 친근하고 건강한 모습이 될 수 있다. 광주시민의 58%가 대형쇼핑몰 유치를 ‘적극 찬성’하는 상황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유치 반대인가를 반면교사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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