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락, 이중 언어는 경쟁력] (4)우즈벡에서 온 김 발레리야
[동고동락, 이중 언어는 경쟁력] (4)우즈벡에서 온 김 발레리야
  • 임명진
  • 승인 2022.03.01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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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도와주는 동시통역사 되고 싶어요”
“러시아어와 한국어, 두 가지 언어를 잘 알고 있으니깐 서로 언어를 몰라서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동시통역사가 되고 싶어요.”

김 발레리야(14) 학생은 고려인 3세다. 발레리야라는 이름은 ‘건강한’, ‘희망’이란 뜻이 담겨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태어나 한국에는 가족을 따라 3살 때 입국했다.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아주 능숙하게 구사한다.

이제 6년간 정든 초등학교를 떠나 중학교에 진학한다. 발레리야가 다닌 김해 합성초등학교 연구부장 이종훈 교사는 공부도 잘하고 활기찬 발레리야의 졸업을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교사는 “우리 학교는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학생들이 부모님을 따라 전학을 와서 언어권별로 통역을 도와주는 학생이 있는데, 발레리야는 러시아어 권역에서 오는 한국어를 잘 못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필요한 입학서류와 안내 등의 소통을 정말 열심히 해줬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인정받는 발레리야이지만 처음부터 이중 언어를 잘 구사한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 가족은 저 빼고는 한국말을 잘 못해요. 우즈벡에서는 한국어를 전혀 몰랐고, 부모님과 언니는 한국어를 학교에서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에 대한 교육에 많은 신경을 써 주셨어요”

집에서는 러시아어로 대화를 했기 때문에 부모님은 발레리야에게 러시아어로 말하고 쓰는 법을 직접 가르쳤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부모님과 언니를 위해 한국어도 열심히 배웠다.

어린 나이에 새로운 언어를, 동시에 2개 언어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발레리야가 또래 한국 아이들처럼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까지도 한국어 소통이 어려웠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에는 걱정도 많았다.

“당시 러시아어 권에서 온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입학하기 전에는 ‘내가 너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저를 잘 이해해 주시고 학교에서도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하니까 정말로 그게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친구들도 발레리야 에게 먼저 다가와 손짓, 몸짓으로 도움을 주고 한국어 선생님도 발레리야 에게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런 노력에 2학년이 되자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해졌다.

발레리야는 배울 땐 무척 힘들었지만 이중 언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신만의 강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중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밝은 미래를 향한 꿈도 그려나가는 중이다. 발레리야는 “가족 모두 한국 생활을 엄청 좋아하고 계속 살고 싶어 해요. 저도 마찬가지이구요. 공부도 더 열심히 해서 대학도 가고 전문적인 동시통역사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김 발레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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