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진주를 문화시범도시로 만들자
[경일칼럼]진주를 문화시범도시로 만들자
  • 경남일보
  • 승인 2022.03.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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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하동야생차박물관은 불일폭포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노닐 수 있는 완폭대 석각의 발견을 계기로 ‘최고운을 찾아 청학동에 들다’라는 주제로 특별전시를 개최했다.

탁본으로 최치원의 글씨를 감상한다. ‘세이암’. 화개 범왕리 계곡 안에 있는 너럭바위에 새겨진 최치원 필적이다. 고운은 이곳에서 귀를 씻고 지리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 한다. 이는 최치원 입산시의 ‘山’은 지리산이라는 확실한 물적 증거로 된다. ‘삼신동(三神洞)’. 神은 보일 시(示)와 펼 신(申)의 합자이다. 示는 시작과 끝을 날카롭게 하여 신이 길흉을 내려주는 모양이다. 범왕리에 있는 삼신동은 최치원 글씨이며 신흥·영신·의신사가 있어 삼신동이라 했다. ‘완폭대(翫瀑臺)’. 완(翫)은 절반이 마모되었고 폭(瀑)은 읽을 수 없지만 대(臺)는 온전하다.

시선을 끄는 족자 그림은 국립진주박물관이 위탁관리 하는 운암영당고운선생진영(경남 유형문화재 187호)이다. 삼신산을 배경으로 최치원이 신선임을 강조하고, 붉은 색 관복 차림과 붓 책 등의 배경은 유학자의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하단과 상단은 푸른색이고 중앙에 흰 얼굴에 붉은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아 왼쪽을 응시하고 있는 최치원이다. 오른쪽 하단에 책을 쌓았고 왼편에는 사방탁자에 붓꽂이와 향로가 놓였고 뒤편에 붓 받침을 볼 수 있다.

2009년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족자그림을 X선 촬영, 화기(畵紀)와 숨은 그림을 밝혀내고 이 X선 사진을 족자그림 아래에 같이 전시했다. 화기에는 건륭58년(1793, 정조17년) 계축 5월에 하동 쌍계사에서 제작, 화사(畵師)로는 비구 평일과 찰호가 참여하였고 제작과 관련된 정보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숨은 그림은 최치원의 양 옆 덧칠된 부분에 각 1명씩의 동자승이다. 왼쪽은 반신상이고 오른쪽은 손을 턱까지 들어 올려 공양하는 전신상이다. 동자승과 화기 부분은 고운 진영에 사용했던 채색안료와 같은 것으로 밝혀져 진실을 밝히는 단서가 된 것이다.

덧칠과 새로운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신선인 듯 유학자인 듯 어정쩡한 고운의 초상을 슬기로운 연구사가 나서 상식을 깨는 X선 촬영을 실시하여 원형을 보여주었고 시대상과 역사를 알게 하는 진기한 사료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는 문화재 보호 차원을 넘어 제대로 보존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계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투과시켜 필름에 강약의 반응을 눈에 보이게 하는 X선 촬영이다. 사진 한 장으로 결핵을 판독하고 치료약이 개발 되었다.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물을 분사하여 돌에 글을 새기고 레이저로 흉터 없이 시술하는 시대이다.

진주성 광장에 두 개 비각 안에 비(경남유형문화재 제1, 2호)가 있다. 김시민 전공비는 1차 진주성전투에서 목사 김시민을 중심으로 장수들과 의병 승병 백성들이 힘을 합쳐 3800명의 군사로 2만여명 왜적을 맞아 대승을 거두는 과정을 광해군 11년(1619)에 성여신 짓고 한몽인이 썼다. 진주촉석정충단비는 2차 진주성전투에 민관군 7만의 순국을 기려 숙종 12년(1686)에 이민서 짓고 신익상이 썼으며 비문의 제목 두전을 전서체로 김만중이 썼다. 비문은 400여년전 당대 최고 문장가는 짓고 명필가 쓰고 글자를 전각 명인이 새겼다. 전서체를 감상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흐릿하여 식별이 어렵다.

X선 촬영으로 고운선생 진영은 재조명되고 있다. 소중한 경남유형문화재 1, 2호는 비바람은 피할 수 있지만 어두침침하고 판독이 어렵다. 비문은 어제의 눈으로 읽고 오늘의 머리로 해석하는 지혜의 샘이 되어야 한다.

진주시는 비문보존팀을 가동한다. 과학적 조사와 자료 분석을 거쳐 최신 장비로 원형으로 복원하고 화장을 하면 문화시범도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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