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진주 사대부집 ‘내림음식’
[경일춘추]진주 사대부집 ‘내림음식’
  • 경남일보
  • 승인 2022.03.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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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진주 사대부들을 ‘귀공자’라고 평했다. 고려시대에는 경상도를 ‘경상진주도’ 라고 했다. 진주는 큰 고을이었다. 청렴을 강조한 조선의 사대부와는 달리 고려 호족들의 사치는 도를 넘었다. 왕을 네 번이나 갈아치우며 고려 역사상 최고의 권력을 누렸던 최충헌의 식읍지(국가에서 내리는 땅)가 진주였다. 진주 류씨 가문이 최충헌의 외가다.

궁중음식이 고려 오백년의 도읍지였던 개성 음식에서 연유되었듯, 진주 교방음식 또한 진주 반가음식에서 파생되었다. 진주 양반가들 사이에 서로 혼맥이 얽히면서 음식들은 상호 작용되기도 했다.

진주 단목리에 위치한 진양 하씨 ‘단지종택’에 내려오는 큰 상차림, 장어국, 굴떡국, 백합찜, 가지 제피김치 등은 진주 강씨 종갓집에서 시집 온 12대 종부에게서 13대 박옥자 종부에게로 내림되고 있다. 종손은 진주에서 4선을 지낸 하순봉 국회의원이다. 지수면 승산 부자마을에는 김해 허씨 종가의 음식이 내려온다. 승산마을은 능성 구씨와 김해 허씨의 집성촌이다. LG그룹의 능성 구씨는 GS그룹의 김해 허씨와 사돈을 맺었고 삼성 고(故)이병철 회장 집안과도 사돈지간이다. 이병철 회장은 의령에서 지수 마을 허씨 가문으로 시집간 누이 집에 유숙하며 지수초등학교를 다녔다.

허씨 가(家)는 진주의 지역적 특성을 기반으로 선대의 음식문화를 계승하고 보존한다. 소박하되 특별한 제철 음식들이다. 말린 대구와 피문어, 은행알 등이 오른 주안상은 별다른 양념 없이 소금을 살짝 뿌려 구워내 본연의 맛을 살린다. 이정령 종부의 손끝에서 간장 장아찌며 대구알 김치 등 한 상이 차려진다. 전복젓, 호래기젓, 대구젓, 석화젓 등은 대표적인 저장음식이다.

기후가 온화하고 볕이 좋은 진주목으로 내려와 별장을 짓는 서울 양반들도 있었다. 토지의 실제 모델인 평양 조씨 고택 ‘화사별서(花史別墅)’다. 천석꾼 조부잣집은 왕실과 친분이 두터웠다. 김녕 김씨 종부가 만든 궁중음식은 입소문을 타고 담을 넘었다.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개방형 여름부엌, 소고기만 다지는 용도의 툇마루, 연못에 설치된 석빙고 등 조선 후기 반가의 식문화가 눈부시다.

진주의 귀족들은 관아와 교류가 잦았다. 진주 꽃상은 진주 반가 음식의 집대성이다. 천년의 바람과 햇빛이 담긴 진주의 맛이 꽃상 위에 오롯하다.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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