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우리 모두의 아이
[경일춘추]우리 모두의 아이
  • 경남일보
  • 승인 2022.03.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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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하 (경상국립대학교 교육혁신처 실장)




차가 지나가는데 운전자가 아기를 업고 있었다. 업은 아이가 눌릴까봐 운전석을 뒤로 쑥 빼고 시트 끝에 앉아서 불안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젊은 엄마였다. 순간 멈춰 섰다. 부디 멀리까지 저렇게 운전해서 가지 않기를 바랐다. 가까운 곳에 아이를 맡아줄 사람에게 가는 길이기를 바라면서 직장인 엄마의 마음이 이입되어 목이 메어왔다.

나는 친정과 시댁이 가까이 있었고 시모님과 손위 동서가 아이들을 돌봐주어서 일하는 낮 동안 마음에 안정감이 컸다. 감사함과 미안함으로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하여 나 역시 종종거리며 살았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자라고 시간이 흘러도 직장인 엄마의 마음은 저절로 공감이 된다.

젊었던 날 퇴근을 하면 마트에서 사야 할 품목을 메모하여 거의 뛰면서 장을 보았다. 얼른 물건을 사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고 늦기 전에 저녁을 해서 밥을 먹기 위해서다. 그날도 어깨에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부지런히 마트를 걷고 있었다. 눈앞에 우리 아이 것과 같은 유모차의 바퀴가 굴러오는 것이다. 고개를 드니 우리 애가 앉아있다. 머리가 텅 비는 것 같았다. 윗 동서님이 우리 애를 태워서 장을 보러 나온 것이었다.

그날 애를 데리러 가는 수고로움 없이 마트에서 아이와 함께 귀가하였을 것이다. 그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을 만큼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도 내 가슴에는 그날의 슬픔과 눈물이 남았다. 그걸 한 번도 말해보지 못했다. 내 아이를 키워주느라 애쓰는 주위 어른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직장에 어린이집이 있기도 하고 자녀 돌봄 시간이나 휴직제도 등이 많아진 편이다. 그러나 자녀를 돌보고 키우기에 우리 사회의 여건들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한 아이에게 쏟아야 하는 애정과 관심은 무한정 필요하고 그 끝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좀 더 적극적인 관심으로 아이들을 바라봐야 한다.

국가통계포털(KOSIS)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22년 출산율은 0.7명대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OECD 가입 국가 중 최하위라는 기록은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육아가 한 가정만의 고민이 아니라 온 사회가 같이 키우는 시스템이 되면 조금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박정하 경상국립대학교 교육혁신처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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