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교수와 학생의 관계
[여성칼럼]교수와 학생의 관계
  • 경남일보
  • 승인 2022.03.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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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사단법인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사단법인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최근 모 국립대학 교수들의 성희롱, 성추행 문제가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떻게 교수와 학생 관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냐고 반문을 많이 한다. 

학생 대상 설문 조사나 학교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성희롱 피해가 학교 현장에서 지속,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신고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권력을 옹호하는 불합리한 권력 구조와 차별적인 성 문화 탓이다.

학생에게 교수는 학점과 취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권력’이다. 교수뿐만 아니라 조직 내 상위 지위일수록 성적, 취업, 업무, 인사상의 우월적인 지위를 갖는다. 가해 교수와 피해 학생의 경우 학점이나 취업에 대한 힘으로 자신의 성적 요구를 서슴없이 드러낸다. 권력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싫어도 거절이 어렵다. 거절이 어려운 문화와 용기 내어 거절한다 해도 보복성 불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이용하는 것이 바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 성폭력이다. 따라서 피해 당사자도, 가해자의 범행 사실을 아는 사람도 자신에게 올 불이익과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쉽게 신고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심지어 권력형 성범죄는 조직적 은폐나 축소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그래서 가해자의 책임 있는 처벌을 어렵게 한다. 

‘거절하면 되지’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은 ‘권력형 성범죄’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니 범죄의 원인과 책임을 행위자에게서 찾지 않고 피해자에게서 찾는 부조리에 빠지는 것이다. 피해자를 탓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2차 가해가 신고를 더 힘들게 하고 처벌을 더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혹자는 성 사안은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교수와 학생의 경우 성적 의사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성적 의사를 확인한다는 것은 상호 자유롭고 존중되는 평등한 관계여야 가능하다. 그런데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는 이익과 불이익에 영향을 행사하는 위력이 작동하는 구조 속에 놓인 관계다. 그래서 자유롭고 평등한 성적 의사소통이 전제되지 않는 관계인 것이다. 즉 어떻게 ‘동의’를 구했는지는 없고, 피해자의 ‘거절’ 여부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사회문제이며 사회가 해결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사회는 관망하고만 있지 않다. 성범죄로부터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새로운 제도와 규범을 만든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권력형 성범죄가 고발되는 것이다.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피해가 발생했다면 신고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회문제는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적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조직에서 성희롱이 신고되는 순간부터 피해자는 보호받고, 조직이 절차대로 진행하지 않았을 경우 조직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또 가해자든 제3자든 2차 가해는 처벌 대상이다. 이런 사회적 변화를 믿고 피해자는 신고하고 도움받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모을 수 있다면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도 좋다. 문자로 있었던 일을 당사자에게 확인받는다거나, 주고받은 문자나 채팅창을 캡쳐 한다거나, 성적 발언을 녹음한다거나, 일기를 적어둔다거나,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알리는 등 본인이 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만큼 증거를 모아두면 도움이 된다. 물론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고 해서 신고를 미룰 필요는 없다. 조직 내 성희롱은 증거로 입증하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문제다. 

또 하나, 성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나의 성인식은 문제없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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