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처럼 후보 결정 어려운 대선 투표는 처음”
“이번처럼 후보 결정 어려운 대선 투표는 처음”
  • 박철홍
  • 승인 2022.03.0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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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한표 행사 도민 발길 이어져
“도장 절반만 찍혀” “투표 칸 좁아”
유권자 “무효표 될라” 우려하기도

○…“도장이 절반만 찍힌다”

9일 경남지역 곳곳에서 기표 용구가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는 유권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진주 문산중학교 투표소를 찾은 A씨는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 들어갔다. 조심스럽게 지지하는 후보의 칸에 도장을 찍었는데 절반만 찍혔다. 투표소를 나오며 “혹시 소중한 내 표가 무효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이날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0분에서 8시 20분 사이 창원시 진해구 웅동2동 제8투표소에서 유권자 B씨가 기표한 투표지를 공개했다.

B씨는 기표 용구가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며 선거사무원에게 투표지를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한 표는 규정에 따라 무효표 처리됐다.

비슷한 시각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제9투표소에서도 유권자 C씨가 같은 이유로 선거사무원에게 항의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경남선관위 관계자는 “기표 용구를 연필 잡듯이 기울여서 잡으면 일부만 찍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기준에 따르면 정규 기표 용구를 사용했다면 일부분만 투표용지에 찍혔거나 원형 표시 안쪽이 메워진 것으로 보이더라도 유효표로 인정된다.

 

9일 진주 가호동행정복지센터 신청사에 마련된 투표소에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9일 진주 가호동행정복지센터 신청사에 마련된 투표소에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투표용지 칸 좁아 무효표 걱정”

9일 오전 11시께 진주시 판문동 제5투표소에는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권자들은 투표소 앞에서 비닐장갑을 지급 받고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마친 뒤 차례로 입장했다. 투표용지를 받은 유권자들은 기표소로 들어가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보탰다.

비교적 젊은 층의 유권자들은 투표를 위해 대기하는 동안 휴대전화로 후보들의 공약을 살피거나 실시간 후보자 관련 뉴스를 검색하며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고령의 유권자는 투표 후 무효표를 걱정했다. 후보가 많아서인지 투표용지 칸이 너무 좁아 이름이 잘 안보이기도 하고 정확하게 도장을 찍기도 어려웠다는 게 이유다.

A씨는 “후보가 많아서 기분 탓인지 투표를 오래했지만 투표용지의 칸이 이렇게 비좁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손이 떨리는데 칸도 좁아 선이 물리게 찍었는데 무효표가 될까 걱정”이라며 “전국적으로 무효표가 많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에서는 우리 같은 고령자들을 생각해서 칸을 크게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9일 오후 진주시 충무공동 제1투표소가 설치된 갈전초등학교에서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부축해 투표소를 찾은 중년 여성이 투표 안내원에게 발열 확인을 받고 있다.
 

 


○…“이번처럼 결정 어려운 투표는 처음”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수식어가 붙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는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 당일인 9일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해 고민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선거권을 가진 후 항상 부재자 투표나 사전 투표를 해왔던 A(33·진주)씨는 이날 투표소를 찾았다.

A씨는 “투표 날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늘 먼저 투표했는데, 이번엔 공보물과 뉴스를 열심히 챙겨봐도 후보 선택이 어려워 당일까지 지켜보자 싶었다”며 “오늘 투표장 도착 후에야 즉흥적으로 후보를 골랐는데 잘 선택한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역시 투표 당일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했던 이모(35·사천)씨는 유권자 권리 행사를 위해 투표장을 찾기는 했지만 결국 무효표를 찍고 나왔다.

그는 “여러 관점에서 고민했지만 마음속 최종 후보 2명 중 고르지 못해 결국 투표용지에 무효표가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며 “최선을 꼽긴 힘드니 차악이라도 고르자 싶었지만, 그조차 어려워 무효표를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투표 관련 소동 잇따라

투표장 앞 출구 조사원에게 “현행법 위반 아니냐”고 따지거나 “사퇴 후보 이름이 왜 투표지에 있느냐”고 항의해 경찰에 신고된 사례가 잇따랐다.

이날 경찰에 신고된 투표 관련 소동은 총 28건이었으며 실제 입건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이 중 24건이 투표소 내부 시비 소란이었으며 나머지 4건은 출구조사 항의 등 투표소 외부 소란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다툼이나 폭행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으며 모두 입건되지 않는 단순 소동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가 실시된 가운데 진주시의회 1층 로비에서 마련된 상대동투표소에서 한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투표소 찾은 어르신 2명 넘어져 부상

도내 투표소를 찾은 어르신 일부가 넘어져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분께 통영시 도남동 한 중학교 체육관에 차려진 투표소를 찾은 할머니 1명이 턱에 걸려 넘어져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이 할머니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접근 편의를 위해) 경사로를 설치해뒀는데, 설치가 안 된 곳으로 올라오시다가 턱에 걸려 넘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전 10시 2분께는 함안군 대산면 한 투표소를 찾은 85세 할아버지가 투표소 입구에서 넘어져 눈 부위에서 피가 났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필요한 응급처치를 했다.

다만, 할아버지와 보호자 의사에 따라 병원으로 이송하지는 않았다.

오전 8시 54분께는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한 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빠져나오던 70대 할머니가 넘어져 팔을 다쳤다.



○…진주 가호동 행정복지센터 신청사서 첫 투표

진주 가호동 제 1투표소는 가호동행정복지센터 신청사에 마련돼 이날 오전 6시부터 처음으로 투표를 실시했다. 신진주역 주변에 최근 신청사가 완공됐으나 아직 직원들이 입주 전인 관계로 인근 주민들은 신청사 로비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차례대로 투표했다. 시작과 함께 사람들이 몰리면서 발열검사, 신원확인 등으로 한때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으나 이내 해소돼 차질없이 진행됐다. 입구에는 ‘기호4번 안철수, 9번 김동연 사퇴’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사퇴후보에게 기표시 무효표가 된다는 사실도 알렸다. 신진주역세권에 살면서 새건물에서 처음 투표했다는 40대는 “가까운 곳에서 투표할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통도사 스님도 한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퇴임 후 거주할 양산시 하북면 유권자도 투표권을 행사했다. 하북면 20∼80대 등 다양한 연령대 유권자들은 하북면주민자치센터 1층 회의실에 마련된 제1 투표소를 포함한 총 4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했다. 해당 지역은 통도사가 위치해 스님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 내외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 유권자는 제2투표소가 마련된 보광중학교 1층 기술·가정실에서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다. 이들은 투표사무원 안내를 받아 손 소독, 신분 확인 등 절차를 거쳐 투표에 참여했다. 해당 투표소 유권자는 평산마을 등 4개 마을 1000여명이다. 600여명은 지난 4∼5일 진행한 사전투표를 통해 이미 투표를 완료했다.

투표소 밖에서 만난 한 평산마을 70대 주민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며 짧은 선거 참여 소감을 전했다.



○…“한국에 시집 와 대선 첫 투표”

창원지역 투표장에는 새벽부터 투표하러 나온 시민들로 많이 붐볐다.

마산회원구 내서읍 코오롱2차아파트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오전 5시 30분부터 투표하러 나온 시민들이 줄을 섰다. 오전 6시 30분께 투표를 마친 결혼이민자 유모씨는 “코로나가 걱정이 돼 제일 먼저 투표하러 6시에 나왔는데, 먼저 나온 주민들로 인해 30분 가량 기다렸다. 하늘에 별이 보이고 달이 남아 있었다”며 “한국에 시집와서 대선 투표는 처음이다. 러시아 전쟁 등 복잡한 시국에 대통령을 뽑는다. 경제도 매우 어렵다. 새 대통령이 결혼이민자 및 다문화가정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공약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창원시, 만약의 사태에 대비

창원시 일선 구청과 동사무소는 사전투표 문제점을 의식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구청장 중심으로 투표소 운용장비 설치 현황과 코로나19 감염대비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김성호 구청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최다 발생하는 상황에서 실시되는 선거인 만큼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전투표율 높은 거창군 투표장 한산”

거창지역 읍·면 21곳의 투표소는 사전투표를 많이 해서 그런지 비교적 한산했다. 거창군 사전투표율은 42.59%를 기록하면서 거창주민 10명 중 4명이 사전투표를 한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율이 높아서인지 각 투표소가 좀 한산한 것 같다”며 “오후 6시 이후 코로나 확진자 투표 역시 별 무리없이 잘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거창군 선거대책본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악성 허위사실을 유포한 3명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거대책본부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이 후보에 대한 명백한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고발장을 접수하기로 하고, 고발장을 10일 거창경찰서를 통해 접수할 계획이다”고 했다.



취재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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