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나의 말, 우리의 관계 맺기
[경일춘추]나의 말, 우리의 관계 맺기
  • 경남일보
  • 승인 2022.03.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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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하 (경상국립대학교 교육혁신처 실장)
박정하 경상국립대학교 교육혁신처 실장



어느 병원 게시판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개에 물린 사람은 반나절 만에 치료받아 귀가했고, 뱀에 물린 사람은 3일 만에 치료를 마치고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혀에 물린 사람은 아직도 입원 중입니다.’ 말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실감나게 하는 문구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얼굴의 반을 가리는 마스크가 자연스러워지고 화면으로 보고 전화기로 듣는 대화가 일상화되고 있다. 주고받는 말의 공감도 떨어지고 있다. 언택트 시대 사람들은 얼마만큼 말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지낼까?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 온라인 회의가 확대되었다. 사진과 영상으로 대화를 하고 유머를 공유하기도 하는데 이때 의도하지 않은 말이 전달되기도 하고 난감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스마트폰 대화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단순히 웃음을 주려고 영상을 보냈는데 한사람이 무슨 말이냐며 화를 내었다. 첫 번째 영상은 쇼파 위에 조그마한 불독 강아지 앞에 인형을 놓고 사람이 그 인형을 아래로 휙 밀어버리는 영상이다. 그 동작을 반복하니 강아지가 갑자기 인형을 아래로 확 떨어뜨려 놓고 주인에게 우왕왕 대드는 모습이 귀엽다.

두 번째 영상은 시커먼 고양이가 옆 눈길로 주인 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 고양이에게 마분지로 눈만 드러낸 모자를 푹 씌우니, 드러난 눈동자가 마치 째려보는 듯한 효과를 내어 웃음짓게 한다.

세 번째 영상은 비둘기 수백 마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모이를 먹고 있다. 아장아장 걸어온 아기가 엄마 손바닥에서 모이를 먹는 비둘기 머리를 순식간에 잡아채 부리에서 과자를 빼앗아 자기 입으로 가져간다. 놀랍고 귀엽다.

이 영상을 서너 시간 간격으로 보내며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 사람의 말은 그랬다. 인형을 휙 떨어뜨려 놓고 왈왈 짖는다. 눈을 흘긴다. 비둘기의 목을 홱 비튼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었다. 최소한 글 한 줄이라도 남겨서 말뜻을 전해야 했다.

말의 공감이 어려워진 시대, 우리는 주고받는 말에 좀 더 정성을 들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사진과 영상을 통한 말하기는 그 선택과 전달에 있어서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사진과 영상도 말이기 때문이다. 공감을 나누는 말하기에 진지한 고민과 관심으로 언택트 시대를 슬기롭게 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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