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인 (산청군 문화관광해설사)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유례없는 초접전 양상을 띠면서 진영 간에 첨예한 대립으로 극심한 편 가르기와 마타도어가 난무하여 저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우려스럽다.
종종 선거를 전쟁에 비유하기도 하므로, 옛날 전쟁 이야기를 하나 예로 들어보자. 고대에는 상대가 준비되지 않았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는 공격하지 않았다. 열국이 패권을 다투던 중국 춘추시대 역사서인 ‘춘추좌씨전’의 기원전 597년의 기록에, 진(晉)나라와 초(楚)나라가 전쟁을 벌이던 중 초나라 군사에 밀려 진나라가 후퇴하다 수레(전차)가 진흙 수렁에 빠져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이때 추격하던 초나라 장수가 이를 보고 수레를 빼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인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1945)는 인간의 속성을 ‘호모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로 정의했다. 진지함의 세계에서 벗어나 놀이의 세계로 들어갈 때 문화가 더욱 강력하게 추진된다. 고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쟁, 정치, 의례, 축제 등 인간 활동의 모든 분야가 놀이가 아닌 것이 없었다. 놀이에도 당연히 경쟁이 있으며 그러다 보니 승패가 갈린다. 하위징아는 놀이를 “특정 시간과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자발적인 행동 혹은 몰입행위로서 자유롭게 받아들여진 규칙을 따르되, 그 규칙의 적용은 아주 엄격하며, 놀이 그 자체에 목적이 있고 일상생활과는 다른 긴장, 즐거움, 의식(意識)을 수반한다”고 정의했다.
이에 따른다면 선거도 놀이가 되기에 충분하다. 죽기 살기로 덤벼들어 상대를 흠집 내기보다는 오히려 촌철살인의 비유적 표현이 훨씬 더 효과적이며 품위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지역축제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여행도 다니지 못해 백성들은 차곡차곡 쌓여 있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지금 국민의 우울감 지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이럴 때 정치가 희망을 주고, 선거가 공동체의 발전을 견인하는 화합과 포용의 축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