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이 시기에 지리산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경일포럼]이 시기에 지리산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 경남일보
  • 승인 2022.03.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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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제 20대 대통령 선거로 나라가 한창 시끄러울 때인 3월 4일, 경북 울진·삼척, 강원도 강릉에 아주 큰 산불이 일어났다.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도 산불이 났다. 백 년이 넘는 금강송은 물론이고 울창했던 나무가 하루아침에 재로 변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집이 불타는 걸 지켜보면서 집주인은 몸부림치며 울었다. 수많은 소방관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밤낮 불을 껐으며 자원봉사자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그들을 도왔다. 강한 바람에 산불이 하늘에 치솟고 거대한 불 띠가 나무를 집어삼키는 걸 볼 때면 무섭고 소름이 끼친다.

이번 울진, 강릉 산불의 피해 규모는 가히 짐작하기도 어렵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울진·삼척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이 1만9993㏊, 최근 진화된 강릉·동해 산불 피해 면적이 4000ha으로 동해안 지역의 산불 피해 지역은 대략 2만 3993ha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서울 면적의 약 40%에 이른다고 한다. 피해액은 돈으로 계산할 수가 없지만 어림잡아 2조 4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선거날인 9일에 지리산을 올랐다. 순두류로 올라가서 칼바위 쪽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칼바위로 내려오면서 나는 놀라운 것을 보았다. 칼바위 근처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곁에 있는 바위 위에 금방 피운 담배꽁초가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경북과 강원 동해안 지역 산이 불바다가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에서 누군가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바위 위에 비벼 올려놓다니 어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지리산에서도 산불이 일어났다. 어떻게 불이 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염려한 그대로였다. 산을 내려오니 국립공단 젊은 직원이 공휴일인데도 시설물을 수리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내가 본 담배꽁초 이야기를 하면서 공단에서 등산하는 사람들이 불 피울 물건(인화물)을 가지지 못하게 할 수는 없는지 물었다. 직원들은 공단에서는 그런 물건을 가지지 못하게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한다. 불을 피우거나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할 때는 과태료를 내게 할 수는 있지만 그냥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산에서 불을 피우거나 담배를 피워서 불이 나게 되면 이미 때는 늦다.

겨울철 산불주의경보가 내리는 건조한 기간 동안만이라도 산에 들어가는 사람은 불피우는 물건을 가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자율적으로 스스로 알아서 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니 문제다. 산림청이나 공원관리공단 직원에게 산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불피우는 물건을 검사하는 준사법권이라도 주었으면 한다. 아니면 건조주의보가 계속되고 산불주의경보가 내릴 때면 일시적으로 산에 들어가는 것을 제한했으면 한다. 해마다 산불은 그치지 않고 일어나고 있느니 산불을 조심하라고 밤낮 스피커를 이용해 외치고, 곳곳에 산불 감시원들이 고생하면서 돌아다닌들 무슨 효과가 있는가. 엑스레이로 산에 들어가는 사람의 소지품을 검사하자고 하면 지나치다고 할까.

산불이 나서 입는 피해를 생각한다면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라도 세워야 한다.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 해마다 큰 산불로 입은 피해를 우리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지 않는가. 수십, 수백 년 된 울창한 나무가 하루아침에 검게 불 탄 모습을 보고 있지 않는가. 숲속에 있는 수많은 그 동식물들의 생태들은 또 어떻게 되었는가.

나무도 생명이고 숲속의 벌레도 생명이다. 자연을 잘 보호하고 보존하지 않으면 우리는 반드시 그 대가는 치르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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