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69]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69]
  • 경남일보
  • 승인 2022.03.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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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줄기 이름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지난 이야기 때도 봄비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멧불(산불)이 크게 나서 많은 나무를 태워버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 속까지 까맣게 태웠습니다. 그런데 모처럼 달디 단 봄비가 제대로 내려서 불을 꺼 주어서 참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가뭄에 힘들어하던 모든 살이(생물)들에게 단물과도 같은 비였을 거라 믿습니다. 오는 스무이틀(22일)은 ‘세계 물의 날’이고, 스무사흘(23일)은 ‘세계 기상의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날씨에 따라 다르게 내린 비나 눈이 모여 만드는 물줄기 이름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다들 잘 아시는 것들일 수 있지만 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늘 위에 떠 있던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떨어지다가 비가 되기도 하고 눈이 되기도 한다는 것은 모르시는 분들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떨어진 물방울들이 모여 흐르는 양이나 크기에 따라 달리 부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흔히 빗물이 모여 냇물이 되고 냇물이 모여 큰 강이 되고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고 하지요. 하지만 ‘내’보다 더 작은 물줄기 이름이 더 있고 ‘강’을 뜻하는 토박이말도 있거든요. 말집(사전)을 보면 여러 가지 낱말을 다 비슷한 말이라고 풀이를 해서 크고 작음을 가리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물줄기 이름을 작은 것부터 차례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가파른 뫼에 내린 비는 골짜기로 모여 내려오게 되는데 그것을 ‘도랑’이라고 합니다. 이 ‘도랑’은 골짜기에 자리 잡은 사람들 집 곁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에 사람들은 품을 들여 도랑을 손보기도 합니다. 그것을 두고 ‘도랑 친다’고 합니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라는 말은 그렇게 나온 것이죠. 작은 도랑이 여럿 모여서 커지면 우리는 그것을 ‘개울’이라고 부릅니다. 개울은 물줄기가 제법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기서 빨래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린 아이들이 멱을 감기도 합니다. 개울이 부지런히 흘러 여럿이 모이게 되면 우리가 냇물이라고 하는 ‘내’가 됩니다. 그런데 이 ‘내’는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처럼 가는 ‘시내’가 되었다가 다시 몸을 키워야 비로소 ‘내’가 되는 것입니다.

시내나 내가 되면 사람들이 사는 마을하고는 멀어져 들판을 지나 비가 많이 오지 않는 겨울철이 되어도 마르지 않을 만큼 커집니다. 그 냇물들이 다른 고을과 고장을 거쳐 만나 이룬 것이 ‘가람’이 됩니다. 가람에서는 배를 타고 다니면서 사람과 물건을 나르기도 하며 마침내 바다로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물줄기가 작은 것부터 늘어놓으면 도랑, 개울, 시내, 내, 가람, 바다가 되겠네요.

이렇게 크기에 따라 잘 가려서 쓰던 말이 들온말에 밀려나 쓰이지 않는 것도 안타깝고 뒤죽박죽으로 쓰는 것은 더 안타깝습니다. 아시다시피 ‘가람’이 ‘강’에 밀려나 쓰이지 않고 있고, ‘내’도 무슨 무슨 ‘천’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나날살이에서는 만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런 살가운 토박이말을 어릴 때부터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길을 마련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마음을 담아 이름쓰기(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찍고 들어가셔서 여러분의 뜻을 모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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