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에게 이르는 길엔 질문이 많다
-강기희 시인의 ‘길’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 대한민국 최고 오지 강원도 정선 덕산기에 가면 숲속 책방이 있다. 소설과 시, 동화를 쓰는 작가 부부가 산다. 강 작가의 9대 조부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태와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 작가의 태도 이곳에 묻었다. 작가는 초가집을 학교로 사용하던 덕산분교에서 2학년 때까지 공부했다. 유년 시절을 떠올릴 때면 작가는 덕산기까지 숨어든 조상이 미웠고 조상을 숨어들게 만든 조선국 임금이 밉다고 했다.
그런 시인이 정선 읍내로 이사 간 지 46년 만에 세상의 책을 짊어지고 ‘태자리’로 돌아가 책방을 열었다. 표지판 있는 곳에서도 2㎞를 더 걸어 들어가야 하며, 읍내에서는 40리나 되는 곳이다. 그런 오지를 찾아오는 이에게 “그대 왜 자꾸만 걷는가”라고 시인은 묻는다. 여행객 자신에게 되묻는 물음일 수도 있겠다. “사람이 사람에게 이르는 길”이므로. 질문이 많아야 관계가 형성되므로.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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