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묘항현령(猫項縣鈴)-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경일춘추]묘항현령(猫項縣鈴)-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 경남일보
  • 승인 2022.03.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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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 (경남도립거창대학총장)
박유동 경남도립거창대학총장



쥐들이 천적인 고양이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모였다. 장시간의 논의 끝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방울을 달겠다고 나서는 쥐가 없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만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것을 실행할 주체나 실행할 수단을 찾지 못하면 헛된 공론에 불과하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인구가 늘고,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형성이 중요한 국가과제였던 1972년에 제정되어 50년이 지났다. 국민이 내는 내국세 중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부하고 있는데 내국세가 늘어나면 연동해서 늘어나는 구조다.

출산율 감소로 학생 수는 매년 감소되고 있는데 내국세와 연동된 교부금 총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20년 약 53조 5000억이였던 교부금은 2021년에는 세수증대로 11조 8000억이 증가돼 65조 3000억이였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초·중·고등 교육에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 대학이나 평생교육 같은 고등교육에는 활용하지 못한다. 현재 초·중·고등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은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고등교육에 대한 지출은 OECD 34개국 중 32위로 거의 꼴찌수준이다.

초·중·고등 교육과 고등교육 간에 재정지원 불균형이 이렇게 심각하고 향후 불균형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국가전체 차원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있다. 한정된 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배가 부른 쪽에 공급을 줄이고 배가 고프다 못해 허기진 쪽에 배분하는 것이 마땅하다. 즉 세출구조조정을 통해서 물이 많이 흘러넘치는 곳의 물꼬는 닫고 물이 없어 갈라지는 논의 물꼬는 터서 전체에 고루 물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서 누가 주체가 되고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권에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표로 먹고 사는 집단은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절대 앞장서서 총대를 메지 않는다.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정치와 거리가 있는 관료집단일 수밖에 없다. 증세를 통해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는 게 어렵다면 세출구조 조정을 통해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려야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유동 경남도립거창대학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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